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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잭슨, 링컨 그리고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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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잭슨, 링컨 그리고 노무현

입력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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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종종 자신을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과 비교하곤 한다. 그리고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존경한다고 했다. 잭슨과 링컨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더불어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다. 우리도 잭슨과 링컨에 비견될 만한 전국민적 존경을 받는 대통령을 가질 수 있다면 매우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꼽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그들의 논란 많은 행적과 억압적 정치를 생각하면 전국민적 존경을 받는 대통령으로 추켜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이 유사성을 느끼고 있는 잭슨이나 존경하고 있다는 링컨과 같은 반열의 '훌륭한'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잭슨이나 링컨의 개인사를 보면 어째서 노대통령이 친밀감과 존경심을 갖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잭슨은 당시 미국의 주류를 이루었던 동부출신이 아닌 서부출신 최초의, 또한 대중을 상대로 직접 유세를 벌여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잭슨을 지지한 계층은 서부 개척민과 농민 등 소외됐던 서민들이었다. 잭슨은 대통령 취임시 백악관을 서민에게 공개했는데, 미국 전역에서 온 농부와 노동자들이 연회장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웠다.

16대 링컨 대통령 또한 당시 서부 개척민의 거주지였던 통나무집에서 자라난 산골 청년이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설 때 그는 노예폐지를 둘러싼 전국적인 논쟁으로 이름을 날리는 유력한 공화당원이었지만 잭슨처럼 비동부 출신의 비주류였다. 이런 점에서 노대통령이 잭슨과 링컨에게 친밀감과 존경심을 갖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지방의 상고출신으로 사시에 합격한 입지전적 경력을 지니고 정치에 진출해서도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던 노대통령은 출신이나 정치적 성향이 잭슨이나 링컨처럼 비주류였고, 비주류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되어서도 '주류'세력으로부터 홀대를 받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비주류 출신이며 소외된 대중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잭슨이, 링컨이 여전히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잭슨과 링컨은 통합보다는 분열을 선택한 대통령이었다. 잭슨은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강력히 행사했는데, 그 핵심은 북동부의 금융 자본이 장악해 비대해진 연방정부를 축소해 초기 미국의 민주적 이상을 복원하고자 한 것이었다.

잭슨은 무엇보다 연방 중앙은행인 미국은행의 설립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거대한 연방정부의 상징이었던 이 연방은행을 파괴하였다. 이 과정에서 잭슨은 공화당과 동부 부자들의 엄청난 반발과 공격을 받았지만 애초 약속대로 연방정부의 축소에 전념하였다. 잭슨은 미국은행 파괴에 반대하는 세력이 수도로 진격할지 모른다는 보고를 받고는 반도들이 수도로 진격한다면 즉시 그들을 교수형에 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애매모호한 타협보다는 서민 대중을 위한 분열적 정책을 실천하였다.

링컨 역시 연방은 분리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전쟁을 통해 노예해방을 반대하는 남부의 주들을 분쇄하고 미국연방을 유지시켰다. 그 또한 원만한 타협보다는 더 큰 통합을 위한 분열과 전쟁의 희생을 감내한 것이다.

정치에는 근본적으로 이익의 갈등이 놓여있고 갈등은 필연적으로 분열을 불러온다. 통합과 타협이 갈등을 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긴 하지만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올 수 없다. 잭슨과 링컨에 비견되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 정치가라면 때로는 다수를 위한, 서민을 위한, 그리고 국가를 위한 과정으로써의 분열의 정책도 마다 않는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단 말싸움, 기싸움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으로 표출되는 정치를 통해서 말이다.

/정하용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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