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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젬마의 "샤갈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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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젬마의 "샤갈展" 이야기

입력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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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1년 전이다. 마르크 샤갈(1887∼1985)을 처음 접한 때가. "중학교 1학년, 어린 마음에도 샤갈은 편안했어요. 그 기억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미술을 공부하는 동안 종종 살아나곤 했죠." 미술전문 MC 겸 화가 한젬마(34)씨가 3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색채의 마술사―샤갈'전을 찾았다.이날 하루 8,000명이 샤갈전을 관람할 정도로 인파가 몰리는 가운데 한씨는 세월을 뛰어넘어 1983년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본 '탄생 96주년 샤갈전'의 감흥이 되살아오는 듯했다.

당시 어머니가 사준, 손때 묻은 샤갈 작품 해설서의 갈피에 21년간 입장권을 고이 간직했을 정도로 샤갈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화사한 꽃다발에 푹 빠졌던 것 같다" "전시를 본 2년 뒤 샤갈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그처럼 대단한 작가의 작품을 생전에 본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며 한씨는 샤갈에 관한 오래된 기억을 하나 둘 끄집어냈다.

우선 '연인'을 테마로 한 전시실에 들어선 그. 샤갈과 첫 부인 벨라가 고향 비테프스크 상공을 날아가는 구도의 '도시 위에서'는 도록에서 많이 보아온,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러 있다. "사랑에 빠졌을 때 하늘이라도 날 것 같은 기분, 내게 이 한 사람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바로 이런 것이 사랑의 감정 아닐까요."

샤갈이 묘한 경쟁의식을 가졌던 피카소와도 비교해본다. "샤갈의 연인을 보면 남자가 여자를 향해 있고 뒤에서 여자를 품에 안아줍니다. 피카소의 작품에서는 남성이 정복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반해 샤갈 그림에서는 남자들이 정말 여자를 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대인극장 패널화 연작 중 '음악'에 멈춰섰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이나, 언제나 바이올린 음악을 빠트리지 않을 정도로 유대인은 바이올린이란 악기와 친숙해요. 아이작 스턴, 예후디 메뉴인, 이츠하크 펄만처럼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유대인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죠. 유대계 인 샤갈도 한편으로는 유쾌한 소리를, 다른 한편으로는 한이 담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에 충분히 끌렸을 법하죠."

2000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한 대중강연 '미술과 음악의 만남'에서도 '유대 음악과 샤갈'이란 주제를 다뤘을 정도로 샤갈의 작품은 음악과 밀접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작업에서 색채를 쓰기 시작했다는 한씨는 파랑, 빨강, 초록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색채의 연금술사' 샤갈의 작품을 보며 자신의 작업을 반추해보기도 한다. "샤갈은 화면에서 선과 색을 확실히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노년의 여유랄까, 분명 편안한 느낌이지만 예전에 느낀 것처럼 만만한 편안함이 아니라 긴장감을 주는 편안함이네요."

/문향란기자 iami@hk.co.kr

■9월 "TV 퍼포먼스" 계획

한젬마씨가 9월 20, 21일 '관계―소통'을 주제로 하는 'TV 퍼포먼스'를 쌈지스페이스 스튜디오에서 펼친다. 7월부터 3개월간 쌈지스페이스에 입주한 그가 단기작가 오픈스튜디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한 작업이다. 과거 미술전문 MC로 활동한 한씨는 당시의 경험을 살려 미술관련 TV프로그램에 대한 대안적 방향을 제시한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활용해온 지퍼, 똑딱단추, 벨트, 경첩 같이 관계를 상징하는 오브제로 TV스튜디오 세트를 제작하고, 이 공간에서 관객들과 함께 미술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면서 사람들의 만남과 소통의 모습도 녹화한다. (02)3142-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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