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육장이 평생 써 온 일기장을 학생 교육자료로 기증했다.화제의 주인공은 5년 전 충북 진천교육장으로 퇴직한 송병식(68·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씨. "개인의 일상을 담은 일기장이지만 교육적 가치가 있을 것 같더군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난했던 1950년대 학생들 생활도 알려줄 겸 해서 기증하게 됐습니다."
최근 충북도교육청이 설립한 한글 자료 전시관에 중·고교 시절 일기장을 기증한 송씨는 중학교 2학년이던 51년 한국전쟁 와중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남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일기를 많이 쓰는 것에 비하면 제 일기 쓰기는 좀 늦은 편이죠."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일기 쓰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그의 일기는 54년째 중단 없이 계속되고 있다.
칠순을 바라보는 요즘도 해가 저물면 차분히 하루 일과를 정리하면서 일기를 쓴다. 또 그는 교직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일기와 더불어 금전출납부도 꼼꼼히 적기 시작했다. 강산이 5차례나 바뀌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일기장과 금전출납부는 이제 작은 역사책이 됐다. 그는 요즘도 일기장을 펴면 살기 어려웠던 50년대 생활상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고 말한다. 또 교편을 잡은 후 교육자로 성장해가는 모습과 박봉으로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가장의 절약정신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하지만 그는 "학창 시절 이후의 일기는 학생들에게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부끄러운 내용들도 많아 기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글짓기를 공부하겠다고 시작했던 일기 쓰기가 오랜 세월 이어질 줄은 나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일기는 내 평생 나를 비추는 거울이 돼 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데 일기 쓰기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며 "일기를 쓰지 않는 학생들은 지금부터라도 다시 일기 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49년 초등학생 시절 문집과 61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직접 제작한 학생문집 등 교육자료도 같이 기증했다.
/청주=전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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