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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숨긴 또 다른 풍경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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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숨긴 또 다른 풍경 '우도'

입력
200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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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폭염의 꼭지점에 도달했다. 쏟아붓는 땡볕 무더위는 휴가인파를 피서길로 마구 내몬다. 하지만 삼천리 방방곡곡에 사람이 넘쳐나니 길을 나서는 순간 짜증과 피로가 몰려온다.여기서 잠깐, 발상을 전환해보자. 가장 많은 인파가 붐비고, 도저히 항공편이나 배편을 구하기 힘들 것 같은 곳, 제주도로 눈을 돌린다. 예년에 비해 심각해진 불경기 탓인지 제주행 비행편이 적잖이 남아있다.

제주의 매력은 계절과 상관없이 일단 섬에 들면 교통체증이나 혼잡이 적다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만 벗어나면 섬은 늘 조용하고 한적하다. 섬속의 섬, 우도에서도 북적대거나 번잡함을 느끼기 힘들다.

마라도, 차귀도 등 제주 인근 섬으로 가는 배편은 하루 2~3차례 밖에 없지만 우도행 배편은 성산포항과 종달리항에서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해 15분이면 도착한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제주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성산포항에서 출발한다. 우도항까지의 거리는 3.8㎞. 가깝다. 웬만한 섬은 출항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몸통을 볼 수 있지만 우도는 자신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그 모습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우도이다.

우도항에 도착,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우도봉이다. 132m의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섬을 둘러싼 기암절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섬너머 제주본토에 우뚝 서있는 성산일출봉의 속살을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곳이기도 하다.

꼭대기까지 펼쳐지는 초록 잔디가 장관이다. 말을 타고 잔디위를 달리면 바닷바람이 이마를 때리며 땀방울을 식혀준다. 이왕 어려운 걸음을 했으니 우도봉 꼭대기로 향한다. 하얀 등대가 관광객을 반긴다. 세계각국에 설치된 아름다운 미니어처 등대를 덤으로 볼 수 있다.

등대를 중심으로 서편은 천진동, 동편은 영일동이다. 서편은 제주 전경을 볼 수 있으며, 동편은 우도주민의 삶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우도에는 3개의 해수욕장이 있는데, 각각의 특징이 있다.

영일동에 위치한 검멀레해안은 백사장이 검은 모래로 이뤄진 것이 특이하다. 이 모래에 찜질을 즐기면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은 관광객이 더러 눈에 띈다. 백사장을 둘러싼 절벽도 검다.

해변을 따라 펼쳐지는 절벽의 경치가 주변을 압도한다.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얇게 갈아 합판을 만든 뒤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런 절경을 주민들이 그냥 둘 리 없다.

이름붙이기를 좋아하는 한국사람아닌가. 후해석벽(後海石壁)이라 하여 우도8경중 하나로 분류했다. 석벽으로 가기 전에 모습을 드러내는 동굴은 커다란 고래 한마리가 빠져나간 모습을 닮았다. 주민들은 이 곳에 고래가 살았을 것이라고 추측, 이름도 동안경굴(東岸鯨屈)로 지었다.

우도여행의 백미는 산호사해수욕장이다. 서빈백사(西濱白沙)라고도 한다. 한때 국내에서 유일하게 백사장이 산호로 이뤄진 곳으로 알려졌으나 재조사를 통해 산호가 아니라 홍조단괴(紅藻團塊)로 판명났다.

미국의 플로리다와 바하마인근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돌이다. 최근 천연기념물 438호로 지정됐다. 홍조단괴는 홍조류가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생긴 것. 조만간 이름도 홍조단괴 해빈해수욕장으로 바뀐다고 한다. 흰색빛을 띠고 있어 산호로 착각한 셈이다.

바닥이 흰 색인지라 동남아의 산호섬과 유사한 바다빛깔을 낸다. 그래서인지 비키니를 입은 외국인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입자가 다소 굵은 것이 흠이지만 오랜 시간 파도에 마모되면서 둥글둥글해져 맨살이 닿아도 다칠 염려는 없다. 대신 외국에 가지 않고도 푸르디 푸른 물빛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우도 최고의 번화가로 자리잡았다.

산호사해수욕장과 반대편에 위치한 하고수동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일반 모래로 이뤄진 평범한 곳이다. 조용한 피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 제격이다. 해수욕장옆에 자리잡은 비양도와 연계하면 좋다.

우도가 제주속의 섬이라면, 비양도는 우도속의 섬이다. 제주 인근에는 2개의 비양도가 있다. 제주 서쪽 협재해수욕장과 마주보고 있는 섬 비양도와 우도앞 섬 비양도이다.

한라산 정상에서 보면 두 섬이 양 날개가 되어 날아(飛) 오르는(揚)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협재측 비양도를 해지는 비양도, 우도측 비양도를 해뜨는 비양도라고 구분해 부른다. 바다의 재앙을 막아준다는 영등할미가 음력 2월 뭍으로 올라올 때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이 비양도였다고 한다.

우도에서 나는 해산물의 25%가 비양도앞에서 잡히는데, 주민들은 영등할미의 축복을 받아서라고 입을 모은다. 일제시대때 다리로 연결돼 더 이상 섬으로 부르기에는 머쓱하다.

섬 끝자락에 위치한 등대너머로 해가 떠오를 때면 섬 전체에 붉은 기운이 감돈다. 먼 바다에서 밤새 붉을 밝혔던 한치잡이배 선원들이 만선의 기쁨으로 가득찬 얼굴로 가족의 품으로 안기는 시간. 편안한 모습이다.

/우도(제주)=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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