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과학 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 화학올림피아드에서 세 살 터울의 형제가 3년 간격으로 금메달을 따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독일 킬에서 열린 제36회 대회에서 68개국 233명의 영재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박영우(18)군과 2001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33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현우(21)군이 주인공.형제는 서울 노원구 하계동 중평 초등·중학교를 시작으로 서울 과학고까지 나란히 다녔으며 서울시가 매년 최우수 학생에게 수여하는 '서울시 학생상'까지 잇따라 수상한 '복제 형제'. 현우씨는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2학년에 재학하다 군에 입대해 복무 중인데 동생 연우씨 역시 서울대 공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과학영재 형제'를 키워낸 박찬갑(48) 이선기(46)씨 부부는 지극히 평범한 부모다. 아버지 박씨는 LG화학 산업재 사업본부 부장이고 어머니 이씨는 우암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박씨는 "회사 일이 바빠 아이들의 공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면서 "서울과학고와 대한화학회에서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줘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자'를 가훈으로 정해두었다는 박씨가 아이들에게 강조한 것은 '수처작주(隨處作主)'. 당나라 임제 선사의 말씀 '수처작주 입처개진(立處皆眞)'에서 따온 이 말은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주인이 돼 그 자리에서 진면목을 보이라'는 뜻의 불교용어.
박씨는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작은 계획만 세우기보다 현재 속한 집단에서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면 더 큰 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형제에게 이 말을 자주 들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큰 아들을 이공계로 보낸 것에 대해 "주변에서 의대 진학을 많이 권했지만 단순히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시간과 재능을 투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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