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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음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낸 이명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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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음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낸 이명원씨

입력
200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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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이명원(35)씨의 평론은 거침이 없다. 작가의 권위나 기왕의 문학적 성취에 도통 얽매이는 법이 없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도 선명하다. 그러다 보니 그의 글은 다분히 논쟁적이고, 그 좌충우돌이 '무례한 이단' 혹은 '쇼맨십'으로 몰리기도 한다.그렇지만 글이 처세에 둔하다는 점에서 '평론의 미덕'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이같은 자신의 평론을 '독립적 글쓰기'라고 했다. 그가 최근 읽은 작품에 대한 느낌과 사회·문화에 대한 비판적 단상 등을 담은 에세이 모음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새움 발행)를 냈다.

책에서 그는 이외수씨의 근작 장편 '괴물'에 대해 상황설정의 비현실성 등을 들어 극히 실망스러운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황석영씨의 '심청'에 대해서도 남근적 사유에 기반을 둔 섹스판타지로, 전작들에 비해 작품 밀도 면에서 떨어진다고 꼬집는 등 적잖은 문단 중진들의 작품을 도마에 올렸다. 반면 공선옥씨 등 몇몇 작가의 작품은 그동안의 평가들이 인색했던 점을 조목조목 들며 옹호했다.

주류 평론에 대한 비판도 신랄하다. "함량미달의 작품도 이런저런 친소관계나 이해관계, 혹은 경영상의 이유 때문에 대단한 작품인 양 '뻥튀기'하는 것은 문학적 여론조작이며 미학적 사기"라고 했다.

그는 가급적 작가들과 거리를 두고싶어 한다. 평론가의 '판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평론가도 사람이니 감정이 승(昇)할 수 밖에 없고, 감정은 평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작품 이해를 위해서도 작가를 알아 나쁠 건 없지 않을까. 그는 "작품 이외의 얘기는 사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의 표절시비를 비롯해 문단의 섹터주의와 문학권력 논쟁, 등단제도와 문학상 비판의 선두에 서기도 했던 그다. 해서, 그는 시쳇말로 평단의 이단아다. 일각에서는 그의 평론 자체를 알게 모르게 폄하하고, 아예 무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게 사실.

스스로를 '제3섹터 평론가'라고 분류하고 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마음이 소금밭인데…' 에는 한 문예지가 그의 글을 청탁했다가 편집위원의 반발로 취소한 사례도 실려 있다.

그는 자신의 평론과 평단비판에 침묵으로 반응하는 현실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평단에 대해 고언(苦言)을 하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줬으면 합니다." 그는 퇴계와 고봉의 세대를 초월한 치열한 논쟁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문학계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 지성계 전반의 허약한 논쟁풍토를 반영한 사례입니다."

다행히도 그가 외롭지 만은 않다는 것을 한 중견작가와의 대화도중 확인할 수 있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가 제기한 몇몇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회피돼온 측면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우리 문단은 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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