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3일 한나라당과의 정체성 공방을 그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살리기가 급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우리당 당직자들은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한 목소리로 공격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낳았다.신기남 의장은 기획자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정체성의 위기가 경제난의 원인이라고 비약하는 공세를 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며 "군사독재 세력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왔던 색깔론의 연장에 불과한 신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장은 이어 "신색깔론에 대해 공식적 맞대응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정쟁에는 귀를 닫고 사상전이 아니라 경제 협력전을 벌여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문희상 의원도 "열 받아서 한마디 한다"고 운을 뗀 뒤 "국민은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이니 싸움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택도 없는 주제로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송두율씨 재판, NLL 침범사건, 의문사위 파문 등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한 뒤 "어디에 대고 정체성 시비를 하느냐"고 힐난했다.
장영달 의원도 "아버지가 유신독재를 할 때 '구국의 행동'이라고 했던 분이 정체성 운운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미국에 출장 갔다 돌아와 보니 우리가 박 대표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박 대표가 정체성 얘기를 했다고 해서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는데 1주일이나 걸렸다"고 비꼬았다.
"박 대표가 말하는 정체성이라는 말의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모호한 데 어떻게 명쾌하게 답변하나"(김한길 의원) "우리는 이미 미래로 가겠다는 정체성을 다 밝혔는데 오히려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민병두 의원)는 비난도 이어졌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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