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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원자재난·수출둔화·내수침체/산업현장 4重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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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원자재난·수출둔화·내수침체/산업현장 4重苦

입력
200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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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행진, 제2의 원자재대란, 수출둔화 조짐, 내수침체 장기화 등 4대 악재로 우리 산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이 같은 대내외 악재가 계속될 경우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일 재계와 대한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9월물 선물가격은 배럴 당 43.82달러로 장을 마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인 37달러대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준희 동원투신 주식운용팀장은 "고유가가 지속되면 기업이 투자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투자가 안되면 기업 펀더멘털도 약화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가 급등으로 나프타, 에틸렌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나프타 국제시세는 지난 주말 톤 당 406달러로 처음으로 400달러를 돌파했으며 에틸렌 역시 톤 당 1,500달러를 넘어 199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2, 3월을 정점으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철강 및 비철금속 가격도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말과 올 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원자재 대란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열연강판은 지난해 말에 비해 2배 가까이, 고철 가격도 최근 톤 당 300달러로 치솟았다.

국내 산업계는 이 같은 대외 악재는 물론 수출둔화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항공사들은 고유가에 따른 비용 상승에 따라 비행기 엔진 예열시간 단축, 항공기 무게를 줄이기 위한 탑재물량 축소, 경제항로·속도·고도 운행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비상경영 3단계 시나리오 가운데 최고 단계인 3단계 대책에 들어갔다. 2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도 경영환경이 호전될 때까지 비상체제를 연장키로 하고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대책 마련에 나섰다.

항공사들은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경우 승객이 적은 항로의 운행 감축도 검토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고유가가 정제 마진폭 상승으로 당장 수익 증대 효과가 있긴 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석유제품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에 대비, 보다 값싼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진해운 등 해운업계는 로테르담이나 싱가포르 등 유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에서 연료를 주유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수출에 주력해왔던 자동차나 철강, 석유화학업체 등도 다양한 시나리오 등을 작성하며 중국에 치중해있던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는 등 대내외 조건들이 모두 악화일로에 있다"며 "호황을 누리는 업종을 포함해 산업계로서는 전반적인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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