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상반기에만 도합 2조원 가량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도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훨씬 못 미치는 부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통시장이 영업 활동을 강화할 수록 더 어려워지는 '제로섬 게임'의 덫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KTF 발표로 마무리된 이통 3사의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와 비교해 3사 모두 영업이익이 현격히 감소했다.
후발사업자일수록 감소 폭이 커서 SK텔레콤은 1조1,539억원으로 26%, KTF는 2,082억원으로 55% 감소했으며, LG텔레콤은 98.6% 줄어든 1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의 주원인은 마케팅 비용의 증가였다. 번호이동제도가 시작되면서 타사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무리한 판촉 활동을 벌인 결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씀씀이를 보였다.
SK텔레콤은 상반기 지난해보다 41% 늘어난 1조528억원을 마케팅 활동에 투자했고 KTF는 60% 늘어난 5,302억원을, LG텔레콤은 107% 늘어난 2,982억원을 썼다.
이에 힘입어 각 사의 상반기 가입자 순증은 SK텔레콤이 28만명, KTF가 150만명, LG텔레콤이 84만명에 이르렀으나, 7월 들어서는 전체 시장규모가 오히려 10만명 줄어드는 시장 후퇴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놓고 "이통시장이 본격적인 '제로섬 게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가입자 증가율은 정체됐는데 사업자들이 매출 증대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하면서 채산성만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통업계도 이러한 지적에 수긍하고 있다. 수년째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불황까지 겹쳐 파이가 커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도 서로 남의 떡 빼앗기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업체는 생존을 위해 가입자 확보가 절실하고, 선발업체는 기존 가입자를 빼앗길 수 없어 손해 보는 줄 뻔히 알면서 무리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요금 인하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연간 1조원의 비용만 절약하면 5% 내외의 요금을 인하할 수 있지만 이 막대한 돈을 전액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 투자하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정부는 팔짱을 끼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원회는 "이통시장 과당 경쟁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업체에 있다"며 클린마케팅에만 신경 쓸 뿐 이통시장의 경색을 풀기 위한 대책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정통부는 특히 3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 투자 확대를 위한 이통사업자들의 출연금(정보화촉진기금) 삭감 요구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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