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뷰익오픈(총상금 450만달러)에서 올 시즌 맨 먼저 4승 고지에 오르며 ‘앙숙’ 인 타이거 우즈(미국)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싱은 2일(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블랑 워윅힐스골프장(파72ㆍ7,12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한때 승부를 뒤집으며 맹추격을 벌인 존 댈리(미국ㆍ266타)를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싱은 이로써 대회 명칭이 뷰익오픈으로 변경된 1981년 이후 이 대회에서 97년에 이어 2승을 거둔 첫번째 선수가 됐다. 싱은 우승상금 81만달러를 챙겨 시즌 상금을 581만달러로 늘리며 필 미켈슨(미국ㆍ542만달러)을 제치고 상금랭킹 선두에 올라섰다.
이날 주목을 받았던 싱과 우즈의 ‘앙숙’ 대결은 예상과는 달리 우즈가 시작전의 3타차 열세를 좁히지 못하며 싱겁게 싱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우즈는 보기없이 버디만 6개 솎아내며 6타를 줄였지만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싱에게 2타 뒤진 공동 3위에 머물렀다.
대신 이날 갤러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은 싱과 댈리의 불꽃 튀던 접전이었다.
챔피언조로 맨 마지막에 출발한 둘의 대결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먼저 선전포고를 한 쪽은 댈리였다. 2번홀(파4)에서 142야드의 세컨드샷이 홀에 빨려들어가자 지켜보던 갤러리가 일제히 일어나며 댈리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시작 전 2타차 열세를 단번에 만회하며 대회 내내 선두를 달리던 싱과 공동 선두(19언더파)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신이 난 댈리는 연이어 3번홀(파3)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낚으며 이 홀에서 파에 그친 싱을 2위로 밀어내며 단독 선두(20언더)로 올라섰다. 이때 까지만 해도 댈리의 역전 우승이 대세인 듯 했다.
하지만 싱이 누구인가. 최근 3라운드 선두로 나선 6경기 모두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였다. 4번홀(파4)과 7번홀(파5)에서 나란히 2타씩을 줄이며 반격을 시작했다. 12번홀(파4)에서 극적인 버디 퍼트를 떨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데 이어 14번홀(파4)에서 또다시 1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숨막히는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4)까지 이어졌다. 1타차로 앞선 싱은 티 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빠지며 3번만에 공을 홀컵 2m 앞에 붙일 수 있었다. 댈리 역시 세번만에 싱과 비슷한 거리에 공을 올렸다. 먼저 시험을 치른 쪽은 싱. 그의 퍼트를 떠난 공은 홀을 살짝 빗나가면서 보기를 범했다.
순간 댈리의 팬들은 연장 기대감에 부풀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댈리의 파 퍼트도 실패하며 승리의 여신은 싱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싱은 “존이 초반부터 나에게 상당한 압력을 가해왔다. 이렇게 치열한 전쟁은 생전 처음이다”고 털어놓았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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