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현직 경찰관의 자조가 씁쓸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폭은 고급 세단을 타지만, 경찰은 1500cc 이하만 탄다. 조폭은 고급 룸살롱에서 술 마시지만, 경찰은 삼겹살 회식도 한 달에 겨우 한두 번이다. 조폭은 영화에서 잘 생긴 주인공으로 폼 나게 살지만, 경찰은 항상 우둔하고 덜 떨어져 보인다…' 필자는 "아들이 경찰이 되려 한다면 도시락을 싸 들고 말리겠다. 대학 졸업 후 자부심을 갖고 경찰에 투신했지만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격무, 열악한 처우로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예로부터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는 폴리스 스토리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고전 '더티하리'서부터 '다이하드' '리쎌웨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앞 글의 계기가 됐던 우리의 조폭영화와 할리우드 경찰영화에서 그려지는 형사는 사뭇 다르다. '공공의 적' 등에서 다소 이미지 만회를 했지만 우리 영화에서 경찰은 대개 치사하고 힘 없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반면 후자에서 형사는 자신의 권한과 힘에 대한 맹신으로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 다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영화적 상상력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실제로 형사의 위상이 너무도 다르다.
■ 엊그제 형사 둘이 강간 용의자를 추적하다 백주 도심에서 목숨을 잃었다. 우리 경찰에서 형사는 가능한 한 피하려는 3D 부서다. 늘 생명의 위험과 맞닥뜨리는데다, 사생활을 포기해야 할만큼 격무에 시달린다. 알량한 수사비나 수당으로는 여전히 교통비, 식대도 감당키 힘들다. 피곤하고 시간이 없으니 공부도 하기 힘들다. 치안수요가 적은 경찰서일수록, 또 비(非)수사 부서일수록 승진시험 합격비율이 높은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반면 미국 경찰의 꽃은 형사다. 그래서 형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징계가 내근부서로 돌려 정복을 입히는 것이다.
■ 크게 보면 경찰 공권력에 대한 경시풍조도 이번 불행의 한 원인이다. 친일인사들로 시작된 태생적 한계에다 권위주의 체제시절 정권안보에 앞장 선 때문이니 당장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나마 가장 유효하고 빠른 신뢰 회복의 관건은 굳건한 치안력의 확보다. 무슨 때마다 경찰 수뇌부는 수사경찰의 사기진작을 운위하지만 매양 구두선이다. 하기야 앞의 이유로 해서 수뇌부에 정통 수사 출신이 드문 형편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안팎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다 숨진 두 젊은 강력반 형사의 명복을 빈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