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군대는 있을 수 없다? 중국의 인민해방군 창설 77주년을 맞은 1일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기념 사설에서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을 국가의 군대인 국군(國軍)으로 바꾸자는 생각은 '잘못된 사상'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공산)당의 절대적인 지도를 굳건히 견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사상정치(思想政治) 건설'을 최우선시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해방군보가 이례적으로 해방군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최근 들어 군 내의 중·하급 지휘관들 사이에서 군을 국가의 군대로 위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방군이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사태 등 공산당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동원돼 온 점을 지적하며 군이 특정 당파가 아닌 국익에 봉사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군 개혁파 의견서(軍方改革意見書)'까지 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방군보의 사설은 바로 이 같은 젊은 군인들의 사상적 동요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인민해방군은 공산당의 지도를 받는다'는 헌법조항이 말해주듯 당(黨)이 군(軍)을 지도하는 '당지휘창(黨指揮槍)'은 중국 국가권력의 핵심이다.
중국 지도부는 특히 1990년대 초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체제가 연쇄적으로 붕괴된 결정적 원인으로 군이 국군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한 데 있다고 간주, 해방군의 국군화 주장을 망국론으로 일축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당총서기를 겸하면서 '선군(先軍) 정치'를 펴는 것도 당군(黨軍)장악이 가장 확실한 체제 안보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중국의 당군 관계가 당지휘창을 완전히 실현한 것은 아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총서기는 공산당과 입법·사법·행정조직을 장악하고 있으나 군권은 여전히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이 갖고 있다. '권력은 총구(銃口)로부터 나온다'는 마오쩌뚱(毛澤東)의 말을 상기하면, 후 주석은 당의 '오너'라기보다는 최고경영자(CEO)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당지휘창 원칙의 왜곡 이상으로 당―군 관계의 한 축인 군이 국가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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