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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史 왜곡 현장을 가다]<上>中선전장 된 환런(桓仁) 오녀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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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史 왜곡 현장을 가다]<上>中선전장 된 환런(桓仁) 오녀산성

입력
2004.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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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역사왜곡은 외국인을 포함해 고구려 유적 관광객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한국인 답사단을 이끌고 현지를 다녀온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서경대 교수)이 두 차례에 걸쳐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지안(集安)과 환런(桓仁)의 분위기를 전한다.

고구려 첫 수도였던 중국 랴오닝(遼寧)성 환런(桓仁)현에 들어서는 답사팀을 처음 맞은 것은 거리를 따라 말쑥하게 새로 선 가로등이었다. 환런은 오녀산성 등 고구려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몰려들 관광객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자동차나 건물 곳곳에서는 세계유산 등재를 경축하는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환런에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되기 전인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경축행사가 벌어졌다. 이 행사에는 정부가 200만 위안(3억 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랴오닝성과 농촌 각 마을에서 공연팀이 파견돼 한 달 내내 큰 축제를 연 것이다. 현지의 재중동포 노인들도 이 행사에 참가했다고 한다. 이들은 중국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갑자기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했는지 알지 못한 채 고구려 유적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은 축하할 일이라며 동참했다. "순리대로 한다면 환런이 고구려 첫 수도이니 평양보다 먼저 신청해야 되는 것 아닌가?" 동포 할아버지의 말이다.

고구려는 한나라의 지방정권

"외국인 단체는 처음입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환런현은 현지 실사 한 달 전인 지난해 7월 초부터 한 달여 동안 '오녀산산성 사적진열관'을 만들어 8월 30일 개관했다. 정식 박물관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것을 어렵사리 부탁해 관람할 수 있었다.

연면적 504.5㎡로 규모는 작지만 랴오닝성박물관이 설계하고, 도난방지 시스템을 세심하게 갖춘 건물이다. 출토유물 202점, 복제유물 145점이라고 안내해 놓았는데 화살촉 등을 빼면 대부분 복제품이다. 하지만 발굴 당시의 평면도와 시대별 유물을 전시해 오녀산성의 발굴 성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전시장은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는 데 첫 주제인 '고구려 건국'에서는 고구려 시대 이전의 신석기, 청동기 유물과 현도(한사군의 하나)의 유물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었다. 두 번째 주제인 '고구려 초기 왕성'에는 근년의 발굴 결과가 집중 전시되어 있다. 대형 건물터, 병영터에서 나온 질그릇, 철기 같은 것들인데 특히 가마터에서 대량으로 발굴된 철제 유물이 눈길을 끌었다. 세 번째는 '오녀산산성 주변의 고구려 사적'으로 주로 고려묘자촌에서 나온 유물과 장군무덤 출토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장군무덤의 모형을 만들어 무덤의 구조와 벽화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진열관 곳곳에는 고구려가 중국 땅에서 건국됐다는 안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한사군 때 있었던 고구려현과 기원전 37년 건국된 고구려를 이어 고구려가 계속 한나라에 속한 지방정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가 하면, 중국의 중앙정권이 임명한 고구려 현령이 고구려의 호적을 관리했다는 중국 학자의 황당한 주장을 그대로 소개해 놓았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진열관에는 현도의 유물인 한나라의 기와 같은 중국계 유물을 특별히 전시하고 있다. 앞으로 박물관이 될 이 진열관은 고구려 역사가 중국 역사라는 것을 중국인은 물론 방문 외국인에게 철저하게 주입하는 교육장으로 개발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광객 유치, 역사왜곡에 총력

환런에서 가장 중요한 고구려 유적인 오녀산성은 입구에서부터 "관광사업에 주력한다"는 중국의 의도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오녀산성은 지난해부터 국가등급 관광지(별 4개)로 변했고, 새로 세운 '오녀산산성'이라는 표지판에는 유네스코와 세계문화유산 휘장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성으로 오르는 입구에서는 지난 달에 새로 낸 '오녀산지(五女山志)'라는 책을 팔고 있었다. 206쪽 분량의 이 책은 2003년 9월 세계문화유산 심사가 끝난 직후에 기획해 7개월만에 원고 수집과 편집을 마치고 지난 6월에 인쇄소에 넘겨 세계유산 등록이 발표되자 며칠 만에 인쇄했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목표로 한 뒤 속전속결로 유적지를 정비한 것처럼, 출판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모든 일을 정부의 선전부, 문화국, 관광국 등이 주도했다. 책은 서문에서 '오녀산성은 중국 고대 북방소수민족 지방정권인 고구려의 첫 수도'라고 못박아,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고구려 역사왜곡을 일반에 선전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환런과 지안 답사에는 지안의 여행사를 이용했다. 그런데 지안 여행사측은 예전과 달리 환런에서는 환런 여행사의 안내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전에는 재중동포 교사들을 특별히 안내원으로 활용해 우리말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정식으로 교육을 받은 안내원만 유적지 안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답사팀 인솔자가 현장을 설명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뒤 중국 당국은 경계심이나 과도한 단속보다 자유로운 답사 분위기를 조성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듯이 보였다. 일종의 자신감이다. 지난해까지 답사 온 한국인을 일일이 감시했던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관광객을 끌어들여 수입을 올리고, 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새롭고, 더 중요한 목표를 정한 것이 분명했다.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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