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제 맘대로 찍어서 탄 상이니 저 주세요.”생애 첫 작품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게 해준 ‘은인’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김기덕 감독의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사마리아’에서 원조교제 여고생으로 열연한 곽지민(19)은 영화를 찍은 동안에도 하도 고집을 부려 천하의 고집쟁이 김 감독조차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이 당돌한 아가씨가 요즘 좀 튀기는 해도 ‘건전한’ 여고생으로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다. MBC 주말연속극 ‘사랑을 할 거야’의 둘째 딸 파랑 역에 이어, KBS2 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 주인공 옥림의 남자 친구인 아인의 소꿉동무인 동희 역으로 투입된 것. 일본 아사히TV에서 12월 방송하는 미스터리물에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한국인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반올림#’ 출연 결정은 좀 의외다. 중학생 드라마인데다 주인공도 아니고, 더구나 이미 틀이 잡힌 드라마에 중간 투입이다.
또 올 초 고교를 졸업했으니 성인연기를 욕심 낼만도 한데… “성인연기를 할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어요. 또 여고생 연기는 지금 안하면 못하잖아요. 나이 들어 교복 입고 나오면 흉내는 내도 진짜란 생각은 안 들잖아요. 할 수 있을 때 해야지요.”
한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을 정도로 빠져들었던 ‘사마리아’의 원조교제 여고생 역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한 몫 했다고 한다. 곽지민은 맡은 배역을 나름대로 분석해 시놉시스나 시나리오에 나오지 않은 성장배경까지 그림을 그려 제작진에게 제시할 정도로 꼼꼼하고 성실하다.
동희 역도 마찬가지. “선머슴 같은 여고생인데,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한마디로 쿨한 느낌으로 그리려고 노력 중이에요.”
실제 성격은 동희와 달리 퍽 내성적인 편. 그 흔한 연애 한번 못해봤다는데, 그 이유가 걸작이다. “여고를 다녀 남자 사귈 기회가 없었어요. 물론 쫓아오는 남자들이 더러 있었지만, 용기 있는 애들은 다 별로더라구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가장 닮고 싶은 배우는 니컬 키드먼. “ ‘디 아더스’를 인상 깊게 봤어요. 연기에 자신이 붙으면 여배우 혼자 있어도 전혀 빈약해 보이지 않는 그런 심리극을 꼭 해보고 싶어요.”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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