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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발성, 진정한 자원봉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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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발성, 진정한 자원봉사로 가는 길

입력
2004.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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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근길. 구청 청사 로비에 서 있는 한 무리의 학생이 눈에 들어 왔다. 방학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방학이 되면 구청을 찾는 학생들은 두 부류다.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수강하려는 학생과 자원봉사를 하려는 학생. 무리 지어 기다리는 것을 보니 자원봉사다.자원봉사 열풍이 불고 있다. 개인과 단체뿐 아니라 기업들까지도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중·고교에서는 봉사활동 점수를 내신성적과 상급 학교 입시에 반영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학점에,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채용시 지원자의 인성을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는 자원봉사가 가장 중요한 인류의 미래 활동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런데 성인과 달리 학습 개념으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학교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작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을 위한 자기 희생을 희망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봉사활동 확인서가 목적인 학부모와 학생들을 보면 착잡하다.

대학도 별로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조카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조카네 학교는 매 학기 특정 시설을 찾아 1박 2일간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전교생 교양 필수로 돼 있는데 어떻게 하면 편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미리 다녀온 친구에게 어떻게 줄을 서야 편히 지내다 올 수 있는지를 묻고, 중환자 돌보는 일을 피하려고 서로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한 순간 겪어야 할 귀찮은 일 정도로 여기는 학생들도 있다는 말에 통탄을 금할 길 없었다.

개인 위주로 돌아가는 요즘 세상에서 강제로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봉사 정신을 기를 수 있고 성인이 돼서도 봉사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현장으로 내몰아 시간 때우고 자리 지키게 하는 봉사 활동은 결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인격의 맨 밑바탕에 진정한 볼런터리즘(자발성)을 심어주어야 한다.

체험이 중요하다. 백 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 번 겪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10년 가까이 한 방송사에서 매년 '기아 체험' 행사를 하고 있다. 24시간 동안 직접 배고픔을 체험한 아이들은 기아로 고통받고 생을 마감하는 지구 반대편 또래들의 영상에 더 이상 눈물만 짓지 않는다. 눈물보다는 그들에게 필요한 한 조각 빵을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선다.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자발적 활동이 되는 것이다.

현실을 체험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스스로 진심이 우러나오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원봉사 정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유택 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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