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생역전’을 노릴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하나, 로또에 당첨된다. 둘, 당신을 ‘체인징’ 해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로또 당첨은 힘들어도 TV 출연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새 집이 필요하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 하우스’가 있고, 돈을 벌고 싶으면 창업 컨설팅부터 음식 비법 전수까지 해주는 SBS ‘해결! 돈이 보인다’가 있다.
곧 정규 편성될 SBS ‘미녀특공대의 체인징 유’는 출연자의 패션과 매너, 집의 인테리어까지 모두 바꿔준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 세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한다면 그 사람은 인생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어려운 처지의 누군가를 돕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이것이 해피 엔딩이기만 할까?
‘해결! 돈이 보인다’에서 ‘쪽박집’을 운영하는 출연자들은 늘 ‘마음은 착하지만’ 경영 능력은 없는 ‘실패자’들로 묘사되고, 결국 ‘대박집’의 도움으로 재창업해 당연하다는 듯 ‘성공’한다. 출연자들은 정해진 수순처럼 매우 비참해졌다가 방송사의 ‘구원’을 통해 얻은 성공에 기뻐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절박한 상황은 ‘예정된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 성공을 위한 모든 과정을 설계하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고, 그들은 그 ‘코스’에 따라 움직이면서 성공하고 기뻐하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출연자들은 기쁘겠지만, ‘쪽박집’ 사람들이 전문가의 전폭적인 지원만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 성공을 얻어내는 것을 보는 시청자들이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얻긴 힘들다. 오히려 조금 더 ‘망해서’ 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미녀특공대의 체인징 유’에서 출연자를 다루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출연자는 ‘마음은 착하지만’ 센스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그를 180도 바꿔준다. 출연자의 취향 같은 건 상관없다.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안목’에 따라 출연자를 바꾸고, 출연자들은 바뀐 모습을 보고 고마워하면 그만이다.
물론 그 사이에는 출연자의 ‘진심’이 있었으니 모습을 바꿔 연인에게 프로포즈도 할 수 있었다고 말도 한다. 하지만 출연자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지 않고 계속 전문가의 활약만 보여주면서 붙는 이런 대사는 그리 ‘진심’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는 마치 방송사가 일정한 공정에 맞춰 출연자들에게 성공이란 제품을 주는 ‘성공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보인다. 시청자들은 여기서 ‘나도 할 수 있어’보다는 ‘나도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어’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다만 원조 격인 ‘러브하우스’는 꾸준히 이런 문제를 개선,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 단지 ‘방송사’가 집을 고쳐주는 것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의 힘을 모아 병을 앓는 출연자 가족의 치료를 돕는 등 여러 사람들의 힘으로 출연자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한다.
그래서 ‘방송사’의 해결이 아닌 ‘모든 시청자’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시, 시청자들에게 참여의 중요성과 아직은 따뜻한 세상의 모습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론 누군가를 돕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방송은 그걸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TV 프로그램과 로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강명석/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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