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과거사 청산 문제를 놓고 갑작스런 고민에 빠졌다. 내부에서 신중론이 급격히 대두된 데다 방법론을 놓고도 백가쟁명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과거사 규명을 추진키 위해 2일 구성할 예정이던 '진실과 화해, 미래위원회' 발족도 미뤘다.우선 과거사 청산에 대한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근·현대사를 통틀어 규명하는 통합적 접근 방식에 대한 우려 목소리다. 박상돈 의원은 "더 차근차근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다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칫 문제제기의 순수성까지 의심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일현 의원도 "너무 오랜 기간을 범위로 잡아 너무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것은 좋지 않다"며 "불법 대선자금 문제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지탄을 받은 상황에서 먼 옛날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 것이 어떻게 비칠까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오제세 의원은 "선후 완급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규명 방법을 놓고도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학술적 영역인 동학혁명문제까지 다루는 것은 과거사 규명의 정도를 넘는 것"이라며 "일제 이후 현대사에서 규명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면 되지 과거사 모든 것을 꺼내는 것은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봉주 의원도 "한일합방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너무 범위가 넓어진다"며 "현대사의 문제들을 철저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독재, 유신시대 등 한국전쟁 이후의 문제로 압축하자는 것이다.
'친일진상규명법'과 같이 공감대가 큰 것부터 단계적으로 논의하자는 주장도 있다. 송영길 의원은 "국민들이 소모적인 과거사 논쟁으로 변질될까 걱정하고 있다"며 "과거사 문제는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일현 의원도 "상징적인 사건을 정해서 잘 처리해도 의미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당은 위원회 구성을 추후로 미뤘다. 임종석 대변인은 "가닥을 잡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위원회를 중앙당과 원내 어디에 둘지 등 형태나 역할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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