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13~29일)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24개 종목에 참가해 9개 종목에서 금메달 ‘13+α’를 노린다. 금메달 12개를 땄던 88서울과 92바르셀로나를 넘어 시드니(2000)에서 놓친 ‘톱10’을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아테네 언덕을 향해 선수들이 출사표를 내던졌다.
▦ 사격(목표 금1, 은1, 동1)
서선화(여 공기소총) “친구 (강)초현이(시드니 은메달)가 아깝게 놓친 금메달을 사냥해 오겠다. 세 차례나 400점 만점(세계기록)을 쏘며 준비는 마쳤다. 아빠가 돌아가셔서 중학교 땐 총 살 돈이 없었다. 금메달을 아빠 영정에 바치겠다.”
천민호(남 공기소총) “나더러 ‘겁 없는 10대’라고 하지만 올해 국제대회에서 적당히 했는데 두 차례나 우승했다. 금메달을 의심하지 마라. 훈련 때문에 못 본 여자친구에게 금메달을 자랑하고 싶다.”
▦ 펜싱(금1, 동1)
최병철(남 플뢰레) “프랑스 등 ‘스카라무슈’의 후예를 자칭하는 유럽 검객들이 버티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는 쿠페(어깨넘어찌르기)와 데가제(옆구리찌르기)라는 비기(秘技)가 있다. 올림픽 사상 두 번째 금메달을 따오겠다.”
▦ 유도(금1, 동2)
이원희(남 73㎏급) “금메달, 돈은 관심 없다. 한판한판 승부가 가슴 설렌다. 성급함이 최대의 난적이다. ‘한판승의 달인’이란 이름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
최민호(남 60㎏급) “4년 동안 도복만이 외출복이고 잠옷이었다. ‘연습 벌레’란 별명이 자랑스럽다. 일본의 노무라 다다히로라는 거인이 버티고 있지만 연습경기를 통해 전력을 탐색했다.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
▦ 배드민턴(금1, 동2)
김동문 라경민(혼합 복식) “4년 전 장준-가오링조에게 어이없는 패배를 당한 뒤 몇 년을 헤맸는지 모른다. 상대를 원망도 했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번 더하자’는 생각에 다시 뭉쳤다. 명예를 회복하기 전에는 은퇴할 수 없다.”
▦ 탁구(금1)
이철승 유승민(남 복식) “대진운도 좋다. 비디오 분석과 실전 훈련으로 중국의 이면타법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세워놓았다. 승산이 있다.”
▦ 양궁(금3, 은1)
윤미진 박성현 이성진(여 단체), 장용호 박경모 임동현(남 단체) “야구장 경륜장 등 어떤 상황에서도 과녁 중앙을 뚫는 훈련을 마쳤다. 변수는 바람. 바람을 잘 다스려 올림픽 수성을 하겠다.” 윤미진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양궁 2관왕 2연패에 도전한다.
▦ 체조(금1, 은1, 동1)
조성민(남 평행봉) “세 번째 밟는 올림픽 무대다. 부상 때문에 힘들었지만 현재는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난도 ‘슈퍼E’의 기술을 연마했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은 내 몫이다.”
▦ 레슬링(금2, 은1)
김인섭(남 그레코로만형 66㎏급) “시드니 때처럼 하늘을 원망하며 울지않겠다. 죽을 힘을 다해 싸워 얼마 전 태어난 아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겠다.”
문의제(남 자유형 84㎏급) “퇴물이라는 수근거림을 듣지 않으려고 후배들보다 체력훈련을 더 열심히 했다. 불의의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
▦ 태권도(금3, 은1)
문대성(남 80㎏급) “왼발차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오른발차기를 집중 연마했다.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이겠다.”
장지연(여 57㎏급) “원치 않은 기권 때문에 4년 동안 가슴앓이 했다(그는 4년 전 정재은에게 국가대표를 양보해야 했다). 돌려차기 한방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겠다.”
황경선(여 67㎏급) “처음 나가는 올림픽이라 가슴이 떨린다.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열심히 준비했다. 침착하게 최선을 다하겠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김인건 태릉 선수촌장-"이제 모든 준비는 끝 톱 10 진입 꼭 이룰 것"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컨디션을 잘 조절,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발휘해 주기를 바랍니다.” 태극 전사들의 뒷바라지를 책임지고 있는 김인건 태릉 선수촌장(60)은 “요즘은 새벽 3~4시만 돼도 저절로 눈이 떠질 정도로 긴장이 많이 된다”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스포츠는 정직합니다. 뿌린 만큼 거둡니다. 지난 4년 동안 알차게 준비해온 만큼 당초 목표(금메달 13개, 세계 10위 이내 진입)를 달성,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물론 금메달 뿐 아니라 은메달과 동메달도 모두 중요합니다.”
60~70년대 농구국가대표를 지냈던 김 촌장은 태릉선수촌 창설멤버로 66년 선수촌이 처음 문을 열 때 입소, 70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나가 우승했다. 그런 만큼 선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체력이나 기술이 아니라 컨디션 조절입니다. 체육과학 연구원을 통해 선수들이 정신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스트레스를 잘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상이 없어야 합니다.”
2002년 말 선수촌장에 임명돼 1년8개월 동안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몸을 던져온 김 촌장은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무더위에 대비, 특수 얼음조끼 300 여벌을 준비해 선수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또 의사(4명) 간호사(1명) 물리치료사(4명)등 의료진뿐 아니라 각 종목담당 의무진 14명을 현지에 파견,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돕도록 하고 있다.
“서울올림픽(88년)과 바르셀로나 올림픽(92년) 이후 한국의 성적이 하락세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번에는 다를 겁니다. 선수들이 끝까지 자부심을 갖고 당당히 싸워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해 주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도 부탁드립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