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개되는 여야 대립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정말로 민생과 경제를 위한 국정을 펼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갈등하고 상충하는 수많은 현안들을 원만히 풀기 위해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먼저 구하고 나서도 시원찮을 난국에 야당보다 한술 더 떠 싸움을 키우려 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여당이 집권의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야당 적대만을 능사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하는 말이다.여당이 한나당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캐겠다며 진상조사단을 정식 발족시킨 것이 그 대표적 행태다. 이는 잘못된 과거를 밝히고 바로 잡겠다고 해 논란을 부르는 일련의 과거정리 차원의 문제와도 성격이 다르다. 왜 지금 갑자기 정수장학회를 조사해야 하는가를 선뜻 이해하고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부터가 의문이다. 정권이 몇 차례나 바뀌고 또 사활적 선거도 치렀지만 어느 쪽 정파도 이를 두고 당력을 실은 진상조사를 편 적이 없는 문제였던 탓이다. 때문에 새삼 그 시의와 이유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
정황으로 본다면 국가정체성 의문을 제기한 야당 대표에 대해 공격적 응수를 가한 데 불과하다는 것을 모를 것도 아니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가 제기한 정체성의 의문을 무시해 버렸고, 뒤이어 여당이 정수장학회를 들고 나왔으니 보복적 감정적 심사의 발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가뜩이나 여당은 과거사를 '국가적 과제'로 거론하면서 국정의 중심과제를 실종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야당 대표를 표적화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심산인지 납득이 안 된다. 혼돈의 경제를 살리고 방황하는 국민을 안정시키는 데 싸움질은 한가한 짓이다. 국정의 메시지는 명료하고 강력해야 할 텐데, 이 점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진의는 뒤죽박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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