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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분열

입력
200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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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차례의 미국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출마한 경우는 모두 28번이었다. 이 중 대통령이 낙선한 선거는 9번 뿐이다. 그러나 각 사례연구들을 적용할 때 이번 조지 W 부시의 성공여부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을 약간 상회하지만 현재의 판세는 유권자를 짝 가른 양분의 양상이다. 더구나 부시는 9·11보고서 발표 이후 전쟁 정보의 은폐 및 거짓말 논란에 싸여 신뢰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선거전문가들에 따르면 특정 이슈에 대한 찬반 여론이 즉각 지지도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개별 이슈에 대한 반대가 강하더라도 대통령 지지도는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합리적 지지자들의 지지철회나 신뢰 회복의 실패가 누적되는 경우다. 1968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해야 했던 것은 결국 베트남 전쟁에 대한 누적된 반전 여론 때문이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사임하기까지 1년여 동안이나 지지를 유지하기도 했다. 현직 패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지미 카터의 1980년 선거도 로널드 레이건 후보와의 막판 토론 전까지는 팽팽한 경합의 판세를 달렸었다. 반면 1948년 해리 트루먼의 재선은 여론의 압도적 부정을 거슬러 끈질긴 유세로 '보통 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 9·11테러가 미국, 좁게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미친 영향은 역사상 어떤 사건보다도 크다고 평가된다. 9·11 조사위원회의 토머스 킨 위원장은 진주만 공격을 능가할 정도라고도 했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해 오는 지금 사정은 다르다. 개전 당시 70%의 지지대까지 기록했던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100일 남짓 남긴 선거를 장담하지 못한다. 그 요인은 결국 전쟁의 정직성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된 지지층의 이반이라는 분석이다.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나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입증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의 신뢰성을 문제시하는 사람들이 80%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말한다. 부시에 대한 시선은 "거짓이거나 감추거나…"인 것이다.

■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여론만 놓고 본다면 선거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이 선거를 움직이는 더 강력한 요인이 한가지 있다. 바로 당파성이다. 최근 한 조사 결과는 지지후보를 바꿀 것이라는 유권자가 1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지 고착이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국론분열, 결국 법정다툼까지 갔던 2000년 대선도 이맘 때의 유동층은 30%를 상회했었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은 또 한 번 엄청난 당파적 분열을 겪을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 전당대회의 수많은 연설들이 통합과 분열극복을 외쳤지만 사실 그것은 분열의 심각성을 말하는 반어법이다. 그래도 지도자의 연설은 언제나 통합을 역설해야 박수를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지 않아 항상 시끄럽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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