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아이가 봉사활동 할 곳을 찾아 다닌다. 자발적으로 하는 봉사도 아니다. 일년에 20시간, 입시에도 반영된다니까, 거의 의무적으로 하는 억지 봉사활동이다. 방학이 되면 지하철역마다 손수건보다 작은 걸레를 들고 시간 때우기로 어정거리는 아이들이 바로 이들이다."소자, 꼭 일자리를 구해 돌아오겠습니다." 아침에 나갈 때만해도 반 장난삼아 그렇게 인사를 했다. 점심때까지도 일할 곳을 찾지 못했단다. 가서 말하면 관공서마다 거절한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관공서 입장에서는 이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찾아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와주는 셈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부모까지 나서서 아이들의 봉사활동처를 구한다. "그래도 너는 혼자 해봐" 하고 아이의 등을 밀었다. 바깥 날씨는 40도 가까운 폭염으로 푹푹 찌고, 오후 늦게 아이가 전화를 했다. "아빠. 요즘 취업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겠어요. 공짜로 일을 해준다는데도 다들 싫다고 그러는데, 돈 받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루 종일 얼굴이 익도록 돌아다녀 다음날 봉사활동 나갈 곳을 정하고 돌아왔는데, 그렇게 힘들게 구한 일자리 얘기는 내일 한번 더 해야겠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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