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대한 두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걱정이 그 하나입니다. 중국이 한국을 곧 따라잡게 생겼다는 거죠. 또 하나는 혹시 중국 경제가 실패하지 않을까, 성장률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중국 경제가 잘 나가도 문제, 잘 나가지 못해도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잘되면 한국에게는 위협적 존재가 되고, 못되면 한국에 큰 충격을 주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중국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인 셈입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어떤 경제적 퍼즐이 있는걸까요. 왜 한국은 이런 이상스런 상황에 처한 걸까요.
'중국이 먹여 살린다'
한국 경제가 그나마 돌아가는데는 중국의 공이 큽니다. 무엇보다 13억 인구의 거대한 소비시장, 무궁무진한 노동시장 때문입니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순으로 보면 세계 6위지만, 구매력 평가기준 소득으로 따지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같은 1달러라도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개념이 구매력 평가기준 소득입니다. 소비시장의 폭만 넓은 게 아닙니다. 중국의 최대 소비 주도층은 25세∼35세의 젊은 층입니다. 앞으로 중국 소비시장이 드러낼 깊이 또한 엄청날 수 밖에 없습니다. 카메라폰, LCD TV 등과 같은 고급제품에 대한 소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노동시장도 엄청납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근로자의 임금은 높아가고 있지만 향후 20년간 월 700∼800위안(10만∼12만원)을 받는 노동자들이 계속 공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덕분에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 됐는데, 수출품의 70%가 부품 소재였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총 무역수지 흑자가 150억 달러였는데, 이중 133억 달러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일궈낸 겁니다. 일본에서 까먹는 것을 중국이 만회해주고 있는 셈이죠. 중국이 잘될수록 좋다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무역 사슬' 때문입니다.
'중국에 전염될까 두렵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그만큼 더 위험해졌습니다. 워낙 중국으로만 쏠리다 보니 중국 경제가 위험해지면 한국에 전이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입니다. 한중간 교역이 우리나라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5%나 됩니다. 우리나라의 총 해외투자에서 대중국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7.0%로 급증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이 뚝 떨어지면 대중국 수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내수가 휘청거리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 세운 공장들은 막대한 투자 손실을 봐야 합니다. 최근 중국의 경기 과열 여부가 한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습니다. 과열이 지나가면 버블(거품) 붕괴가 오기 마련인데, 그때 바로 한국에 불어닥칠 충격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중국 경제는 위기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국영기업과 금융부실이 늘 문제입니다. 도·농간 격차도 심하고, 농촌 실업자도 많습니다. 2020년이면 중국의 석유 필요량이 석유수출기구(OPEC) 전체 생산량과 맞먹을 정도로 에너지난도 심각합니다.
'중국 때문에 먹고살 게 없어진다'
앞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70%가 부품 소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부품산업 경쟁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도 부품을 중국 자체에서 조달하는 추세입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56%가 중간재 조달선을 중국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대기아차는 현지 부품조달 비율을 90%까지 높인다는 입장입니다. 백색가전의 현지 부품조달 비율은 이미 90∼100%에 달합니다. 중국의 세계시장 잠식은 시간 문제입니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상품중 1위 품목은 한국(69개)이 중국(735개)의 10%에도 못미쳤습니다. 한중간 기술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이면 중국이 한국 등 세계 반도체 강국을 위협하는 반도체 생산대국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위기도 기회도, 하기 나름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고, 한중간 기술격차도 더 좁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아서는 안된다는 거죠. 그러나 의존도의 인위적 감소보다는 의존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가 더 많습니다.
중국이 성장하는 한 중국에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는 다른 어떤 시장보다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오히려 기회는 계속되는데 중국에 팔 만한 물건이 없어질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 넘겨줄 품목은 넘겨주되, 한국은 한발 앞선 품목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적절한 분업인 셈이죠.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자동차 등에 머물러 있는 산업구조를 빨리 고도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산업 공동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산업공동화는 한국을 떠나는 산업을 대체할 산업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한국이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면, 한국 기업들의 중국 러시는 글로벌화 차원에서 오히려 바람직합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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