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 표기 정착기(1735∼1790년) 후반이 되면 한국해 대신 한국만(Gulf of Korea)으로 표기된 지도가 영국을 중심으로 종종 발견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한국해와 일본해가 함께 표기된 지도가 일부 제작된다. 대표적인 것이 로베르 드 보공디(1688∼1766)의 1750년 '일본지도'이다. 보공디는 1749년에 그린 한국해 단독표기 지도에서 알 수 있듯 동해를 한국과 일본의 영토로 구분해서 본 듯하다. 프랑스 지도는 정확한 자료에 근거해서 제작해 신뢰할만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이 시기 서양고지도에는 약 1, 2%에만 일본해 단독표기가 사용됐다. 대표적인 지도제작자가 영국의 토머스 제프리스(1710∼1771)다. 하지만 그의 일본해 표기사용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예를 들어 1758년, 1764년, 1766년, 1777년 '중국지도'에서는 일본해로 표기하고 1740년, 1758년, 1760년, 1770년, 1771년, 1785년 '아시아지도'에서는 한국해로 표기하고 있다. 혼돈의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지도가 한국해 인식혼란기(1790∼1830년) 영국 지도제작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이런 혼란은 지도제작에서 프랑스보다 명성이 떨어지는 영국지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영국지도는 정확한 지리학적 정보나 명칭변경의 논리적 근거없이 대중에게 세계 각국의 위치를 알리기 위한 보급형으로 제작됐다. 이런 지도들이 '한국해'가 '일본해'로 바뀌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해'를 '일본해'로 바꾸는데 선두적 역할을 한 영국 지도제작자는 존 러셀, 로버트 윌킨슨, 존 워커, 엠마누엘 보웬, 토머스 키친 등이다. 당시 영국지도에서는 또 동해가 한국만으로 많이 표기된다. 러셀은 1791년 '아시아지도'에서는 한국만, 1795년 지도에는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1801년에 다시 '한국만'으로 돌아온다. 논리적 근거없이 '한국해'가 '한국만'으로, 그리고 '일본해'로 바뀌는 것은 대륙과 섬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돈수·미술사학자
●바로잡습니다
시리즈<5> 위쪽 지도에서 겹쳐진 왼쪽이 키친, 오른쪽이 벨렝의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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