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의 앙숙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이 뷰익오픈(총상금 450만달러) 최종일에서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친다. 여기에 ‘풍운아’ 존 댈리(미국)도 가세, 이들 앙숙간의 신경전을 틈타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막판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어 올 시즌 최대의 빅 매치가 될 전망이다.현재까진 싱이 한발 앞서 있다. 싱은 1일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블랑 워윅힐스골프장(파72ㆍ7,127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 7개를 솎아내 중간합계 18언더파 198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3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선 6경기를 모두 우승한 싱은 이로써 시즌 4승과 함께 상금랭킹(현재 1위 필 미켈슨) 선두 탈환 등 ‘두마리 토끼’ 사냥을 눈앞에 두었다. 하지만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법. 우승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싱의 앞에 ‘견원지간’ 우즈가 떡 버티고 서있다.
우즈도 이날 보기없이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싱에 3차 뒤진 공동3위에 올랐다. 올 들어 드라이버샷 난조로 ‘보기 공장’으로 전락했던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는 54홀 동안 보기가 단 1개뿐인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시즌 첫 스크로크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는 우즈는 최종라운드에서 3타차 이상의 열세를 뒤엎고 3차례 우승한 경험이 있어 싱과의 막판 접전이 흥미를 끌고 있다.
둘의 앙숙 관계는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싱이 마스터스 우승컵을 거머쥐며 같은 해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을 석권한 우즈의 ‘그랜드 슬램’을 저지하면서 부터다.
결국 그 해 프레지던츠컵에서 싱은 자신의 캐디가 ‘타이거가 누구?’란 조롱섞인 문구가 들어간 모자를 쓰도록 방치했고, 이에 질세라 우즈도 통상 컨시드가 주어지는 짧은 퍼트를 여러 차례 외면하는 등 앙갚음하며 2홀차로 싱을 눌렸다. 갈수록 앙금이 쌓인 둘은 한 조로 편성될 때마다 형식적인 대화만을 나눌 뿐 애써 서로를 외면하며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싱과 챔피언조로 편성된 댈리의 가세도 흥미롭다. 올 2월 뷰익인비테이션에서 우승한 댈리는 이들의 감정 싸움 속에서 시즌 두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댈리는 이날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싱에 2타차 단독 2위에 올랐다. 최경주(34ㆍ슈페리어)와 나상욱(20ㆍ엘로드)는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편 댈리는 바로 앞 조인 우즈와 3일 ‘외나무다리 결투 2004’를 앞두고 있어 기선 제압 차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댈리는 마스터스 챔프 필 미켈슨(미국)과 조를 이뤄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산타페의 브리지골프장에서 우즈-행크 퀴니 조와 매치플레이를 펼친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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