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으로 다가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더욱 가팔라져 초고유가 시대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산업의 에너지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가장 극복하기 힘든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지난 30일 뉴욕 상품시장의 서부텍사스 중질유(WTI)의 9월물 가격은 배럴당 43.85달러로 마감됐다. 선물시장 21년 역사상 최고치였다. 국제유가 급등세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유코스 사태와 이라크 남부지역의 테러 위험, 노르웨이 파업 가능성 등으로 원유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WTI 유가가 배럴당 45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고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36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고유가는 설상가상의 악재다. 에너지비용 증가로 채산성 악화, 물가 상승, 가계 긴축이 불가피하다. 이래저래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수가 살아나기는커녕 더욱 위축될 것이 뻔하다. 이는 우리 경제를 장기불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불길한 방향이다.
잘 나간다는 미국도 지금 고유가 영향으로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산업생산 감소, 판매 부진 등의 요인도 있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로 소비자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국이 이 정도라면 불확실성, 무기력증 등으로 활력을 잃은 우리 경제엔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과 기대에 빠졌다간 수습불능의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초고유가 시대를 가정한 비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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