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공휴일과 다름없는 토요일에 페닐프로판올아민(PPA) 감기약 167종에 대해 전면 사용중지와 폐기조치를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사실이라면 이런 식으로 기습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발표시점도 문제지만,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4년 가까이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식약청이 취한 조치의 내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과 다이어트약을 팔지 말라고 자국 제약회사에 명령함에 따라 식약청이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이 정밀조사를 요청하자 함유량이 일정 분량 미만이면 유통을 허용했다. 판매부터 중지해 위험을 예방하면서 조사하는 게 상식일 텐데 그 반대였다. 소비자보호원이 안전성 평가와 행정조치를 건의하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하고 나서자 오히려 의약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반박했다니 기가 막힌다. 최종보고서가 제출된 뒤 한 달도 더 지나서야 판금조치를 한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순전히 행정절차 때문이었다지만, 그렇게 융통성 없고 굼떠서야 어떻게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발표된 의약품 중에는 이미 제조가 중단된 것도 있으니 무엇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식약청의 조치는 소비자들의 항의는 물론, 제약사들의 반발까지 자초해 불안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불량만두 사건의 경우와 같은 나태와 무신경이 또 드러난 셈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식품·의약품에 관한 행정은 고도의 주의와 정밀한 조치가 필수적이다. 문제의 소지가 발견되면 행정예고제를 통해 경각심부터 불러일으키고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혹시라도 업계의 피해만 우려해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런 기관은 있으나 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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