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햇살이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 무덥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수영장을 다녀왔습니다. 요즘 물놀이 시설은 튜브 하나로 때와 장소를 가라지 않고 놀던 저희 세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한 자리에서 파도도 타고, 온천도 하고, 폭포수도 즐기고…. 시원하고 즐거웠지만 매미소리와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숲 생각이 더욱 간절했던 보면 저는 역시 한물 간 세대인가 봅니다.수영장에서 신기했던 또 한가지는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하나같이‘쭉쭉빵빵’한 것이었습니다. 연구실에 돌아와 학생들에게 이런 했더니 여름이 다가오면 젊은이들은 다이어트로 몸 만들기에 필사의 공을 드리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또 한번 세대차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데 식물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동물에 비해 열량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먹으면 당연히 살 빼는데 좋겠지만 그 정도를 넘어 식물 중에 다이어트 제품에 이용되는 것이 있으며 식물마다 다른 특성과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질경이었습니다. 질경이 씨앗은 ‘차전자’라고 해서 신장계통에 아주 주요한 약재입니다. 이들이 씨앗을 퍼트리는 전략과 쓰임새에 대해서는 지난해 얘기를 드린 바 있지만, 바로 이 질경이 씨앗이 다이어트 제품에 이용됩니다. 질경이(우리나라의 질경이는 아닙니다) 씨앗의 가장 바깥껍질은 80% 이상이 섬유질로 돼 있는데 이 섬유질이 일단 수분을 흡수하면 40배 이상을 팽창합니다. 이 특성을 이용해 껍질을 분말로 만들어 먹으면 아주 조금 먹어도 40배나 먹은 것처럼 배가 부르니 당연히 다이어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겠지요.
물론 질경이의 씨앗껍질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역시 종족을 퍼트리며 살아남기 위한 전략 때문입니다. 씨앗이 길을 따라 나오면 자연히 햇별에 노출되고 쉽게 건조하게 되니 이러한 놀라운 기능으로 비가 올 때 아주 적은 수분도 흡수해 두었다가 씨앗이 활력을 잃지 않고 살아남아 새로운 세대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다른 원리를 적용하는 것도 많습니다. 수국차라고 하는 것은 지난 주에 소개한 우리나라 산수국과 아주 유사한 식물인데 그 잎에 당분 농도가 아주 높아 설탕 대신 쓰는 아주 고전적이 다이어트 제품입니다. 브라질이아 민트라는 꿀풀과 식물은 식물성 정유를 추출해 향기로 뇌에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여 식욕을 감소시킵니다. 코코넛과 야자기름에 들어있는 식물지방은 많은 칼로리를 연소해 체중을 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식물의 수많은 기능의 아주 일부만 알아도 무궁무진한 일이 생기니 우리가 왜 미래를 위해 다양한 생물을 보전해야 하는지 절로 알듯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면 사람들 많은 곳보다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잡고, 질경이 꽃대를 얽어 잡아당기는 꽃싸움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유미ㆍ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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