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걸까." 이 세상 부모 고민은 똑같다. 육아상담 전문가들은 뭔가 자녀교육의 비법을 알고 있을까. EBS TV에서 매일 육아상담 프로그램 '생방송 60분 부모'를 진행하는 두아이의 엄마 진양혜(36) 아나운서와, 어린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두 아이의 아빠 김창기(41) 소아정신과 의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육아의 왕도는 없다며 "부모와 자녀는 키워주고 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육아 프로 진행 진양혜
육아와 방송 중에 어떤 것이 더 힘드냐고 의례적 질문을 던졌더니 깐깐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에겐 절대 그런 식으로 질문하면 안돼요. 몇 가지 중에서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말 것, 그리고 긍정적으로 물어 볼 것. 두 개 중 하나만 고르게 하는 건 일종의 폭력이거든요."
그는 같은 방송인인 남편 손범수씨와 초등학교 3학년과 5살 된 두 아들을 키우며 지난해 9월부터 육아방송을 맡았다. "다들 제가 아이 키우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으니 방송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근데 방송하기 전엔 아이 키우는 걸로 고민하거나 딱히 뭐 해준 것도 없어요. 오히려 이 프로를 맡으면서 많이 배우고 깨닫기 시작했죠."
그는 육아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접할수록 한편으론 불안하다고 한다. "그중에 무얼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들은 대로 아이에게 다 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맞다니까요."
진씨의 첫째 아들은 영어, 피아노, 축구를 배우고 있고 둘째는 아무데도 안 다닌다. 불안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둘째 녀석은 요즘 형이 책 읽는 모습이 부러운지 자꾸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이번 가을에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에요. 엄마 욕심보다는 그때 그때 아이 관심과 상황에 맞추는 게 중요하잖아요"라며 짐짓 태연하게 말한다.
엄마 아빠 모두 얼굴이 알려진 방송인이기에 여느 부모처럼 밖에서 아이들과 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 아빠가 시간 날 때마다 같이 운동도 하고 잘 놀아줘요. 아이 친구 이름을 아마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걸요."
점수로 치면 후한 성적 못 받을 엄마지만 요즘 엄마들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방송하면서 요즘 부모들의 자녀교육법이나 고민을 접하다 보면 어쩌면 저렇게 많이 알고있나 싶어 깜짝 깜짝 놀라요. 그런데 그런 관심이 아이들을 오히려 구속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자녀가 남의 아이에게 조금만 뒤진다 싶으면 어찌할 줄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조급증 말이에요. 아이들은 멀리 넓게 보고 키워야 하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냐는 대목에 이르자 목소리가 사뭇 커진다. "아이는 부모뿐 아니라 친구엄마, 옆집 할머니, 뒷집 아저씨 등 온 마을 사람들, 즉 사회가 함께 키우는 건데 안타깝게도 우린 그렇지 못해요. 그래서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란 평범한 진리를 아이들이 몰라요." 아이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하는 두 가지가 뭔 줄 아세요? 날개 달아주기와 뿌리 심어주기에요. 세상을 맘껏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와 힘들 때 돌아와 기댈 수 있는 마음의 둥지 말에요."
■ 소아정신과 의사 김창기
"의사와 아빠 중 어느 것이 더 힘드냐고요? 물론 아빠가 더 쉽고 편하죠. 의사는 항상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실수도 용납 안돼요. 하지만 아빠는 실수하면서 아이와 함께 크는 거잖아요." 소아정신과 의사 김창기씨는 '빈틈많은 아빠'였다.
아내도 정신과 의사이니 김씨의 가정 환경은 아이 키우는데 완벽한 듯 싶었다. "첫째 아이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에요. 가끔 자제력을 잃고 지나치게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특징이 있는 병이죠. 모르는 사람들은 의사 부모도 자기 아이 키우는 데는 어쩔 수 없다며 혀를 차요."
이런 아이가 말썽을 부리면 때리기도, 말로 타이르기도 힘들 텐데…. "원칙은 확실해요. 말로 안되면 벌 세우고 그래도 안되면 매를 들어요. 단 잔소리는 안 해요. 따끔하게 경고 한 뒤 그래도 안 통할 때 매로 다스려야 아이가 왜 맞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자상하게만 보이는 그가 매를 든다는 건 사실 뜻밖이었다. "좋은 아빠는 엄한 아빠에요. 친구 같은 아빠가 좋다고 하지만 정도의 문제죠. 요즘 아이들 보세요. 엄마 아빠 머리 꼭대기에서 놀잖아요."
그는 가정에서 군림하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가족과 함께 결정하는 '권위가 있는 아버지'는 구별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첫째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낸다고 했다. 혹시 그 행동장애 때문일까? "그건 아니에요. 어릴 적부터 공부에 질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겠죠. 그때 보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
알려진 것처럼 그는 그룹 '동물원' 출신 의사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널 사랑하겠어'….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다시 가수 할 생각이 없냐고 넌지시 물었다. "이 꼴로 어떻게 다시 합니까. 시대도 바뀌었고…. 아이도 그래요. 아빠는 뚱뚱하고 못 생기고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가수를 할 수 있겠냐구요."
그는 스스로를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빠라고 했다. 좋아하는 술도 집에서 아내와 해결하는 경우가 많단다. 작은 고민이라면 가정에 비중을 더 많이 두다 보니 사회생활에 소홀한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물었다. "단순무식하게 키우세요. 복잡하게 생각말고 자기 판단을 믿고 밀고 나가세요. 또 좋은 부모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세요.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니까요. 아이들도 다 알아요. 엄마아빠도 자기랑 똑같다는 것을…."
/김일환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