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최근 중소기업, 외국인 투자자, 노동계, 시민단체 등 경제 주체들과의 만남에 나서고 있지만, 현안마다 정 반대의 요구가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경제 주체가 모인 '경제사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우리당의 계획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대표적 사례가 단체수의계약 폐지 문제.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이 물품 구매시 우선적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수의계약으로 구매해오던 방식을 폐지하고 중소기업간 경쟁제도로 바꾸겠다고 밝히자 기협이 반발했다. 26일 우리당이 기협과 가진 간담회에서 회장단은 "중소기업 보고 다 죽으란 말이냐" "향후 2년 후면 정치인과 노조만 남고 기업인들은 중국으로 다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 지도부가 "1∼2년 유예기간을 둬 보완하겠다"며 무마에 나섰지만, 이틀 뒤 시민단체로부터 "공정 경쟁을 방해하며 기득권을 보장해온 제도"라며 "당이 혼선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려는 우리당의 방침도 비슷한 상황이다.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시급한 제도"라며 증권업협회로부터는 열렬한 환영을 얻었지만, 한국노총과의 만남에서는 "초 국가적 투기자본에 장악된 주식시장에서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경기침체 대응방식에서도 주한 미 상공회의소의 태미 오버비 부회장은 "국내 경기활성화를 위해 소비진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시민단체 대표들은 "정치적인 부양조치로 가계파탄이 왔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노동시장 유연성과 노동생산성을 중시하는 측(주한미상공회의소)과 "고용불안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됐다"(한국노총)는 주장 사이에서 당의 입장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당은 대기업과의 만남도 추진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미뤄졌고, 민주노총은 회담을 아예 거부했다. 우리당은 이번 만남을 토대로 노사정위원회를 확대한 경제사회발전협의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정부·여당이 내놓을 카드가 현재로선 전혀 없다는 게 문제" 라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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