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김선일 국정조사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씨 피살 사건에 대한 외교라인의 미숙한 대응 및 정부의 김씨 피랍 사전인지 여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진술 번복 등 행적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이라크 대사관과 외교부는 김씨 납치일자가 5월31일이라는 사실을 6월22일 오전 첩보와 오후1시 김천호 사장의 진술서를 통해 확인하고도 곧바로 NSC에 보고하지 않고 최소한 12시간이 지나서야 보고했다"며 "납치일자가 애초에 알려진 6월17일이 아닌 5월31일로 밝혀질 경우 비난이 두려워 이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또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6월2일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을 출입한 사람가운데 AP통신 현지기자인 'Reid'와 이름이 비슷한 'Raid'가 출입한 사실이 출입명부에 나와 있다"며 "AP통신 현지 기자가 테이프를 입수한 직후 대사관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린 게 아니냐"고 정부의 피랍사실 조기인지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박진 의원은 "김씨 피살 동영상을 분석해보니 피살 직후 창문으로 밝은 빛이 비치는 것으로 보아 사망시간이 당초 알려진 6월22일 새벽 3시가 아니라 오전 8시20분으로 나온다"며 "그러면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 있었고 우리 군이 구출작전을 펴 구출 할 수도 있었다"고 몰아 붙였다.
AP통신의 외교부 문의전화 경위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은 AP통신 기자와 통화한 외교부 정우진 외무관에게 "문의전화를 받고 '그런 일 없다'고 답변 전화를 줄때까지 3시간10분 동안 확인조차 안 했나"며 "그 때 제대로 확인만 했더라도 최소한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호 사장의 행적에 대한 의문도 집중 제기됐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6월21일 연합뉴스 바그다드 특파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대사관 진술서에서 번복하고, 피랍 시점에 대해서도 말을 바꾼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김 사장은 "너무 경황이 없어 그랬다"며 "거짓 진술을 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김천호 "정부 탓"
'김선일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의 핵심 증인인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김씨가 피살된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원칙 재천명'이었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사장은 "김씨 석방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죄송스럽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발표가 김씨 석방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김 사장이 무장단체와 벌였다는 석방협상은 협상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씨는 "이라크 현지의 E변호사가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에 '파병연기 문제를 고려하겠다'는 멘트를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이라크 파병원칙을 재확인하자 E변호사가 '무장 단체가 김씨를 죽일 지 모른다'며 화를 냈다"고 답했다.
김 사장은 감사원이 자신을 김선일씨 유기치사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데 대해서도 "이라크 현지 변호사가 팔루자로 가서 무장 단체를 직접 만나는 등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潘외교 "국민 탓"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측 증인들은 30일 시종일관 "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며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반 장관은 테러에 대한 사전 예방 소홀 지적에 "공관이 가나무역에 대해 테러위협이 있다는 점을 수 차례 주의를 줬다"며 "김선일씨는 납품 목적으로 돌아다녀 테러위협이 담긴 이메일을 체크 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반 장관은 또 "이라크 교민들에게 누차 철수해달라고 요청하는데도 국민들이 들어가는 걸 어떻하느냐"며 오히려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했다. 최영진 차관은 외교부가 김씨 피납 시점을 알고서도 늑장 보고한 것이 아니냐는 추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보고하려 했다"고 발을 뺐다.
신봉길 대변인은 직원이 AP측 문의를 무시한 사실에 대해 "AP측도 실제 담당부서에 확인했어야 옳다고 본다"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AP측으로부터 전화 문의를 받은 정우진 외무관은 '김선일'이란 이름을 들었는지에 대해 시종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했고, "심각한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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