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7월31일 앵포르멜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가 르아브르에서 태어났다. 1985년 파리에서 졸(卒). 뒤뷔페의 작품 활동은 마흔이 넘은 1942년부터야 본격화했다. 그는 17세에 파리로 나와 그림을 배우기 위해 아카데미 쥘리앙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습작을 했고, 이내 그 일도 집어치우고 포도주 도매업에 뛰어들어 그림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오랜 공백 뒤에 뒤뷔페를 다시 조형예술의 세계로 데려온 것은 정신장애인들의 그림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는 정신장애인들의 그림을 닥치는 대로 수집해 관찰했고, 이를 '아르 브뤼트'(날것의 예술)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이 아르 브뤼트를 제 작업의 미적 기준으로 삼았다. 뒤뷔페가 아르 브뤼트에서 발견한 것은 공격적으로 단순하고 즉흥적이고 자발적이며 언뜻 유치한 듯한 활력으로 채워진 싱싱한 조형세계였다. 브뤼트는 이런 아르 브뤼트의 도발적 창조성을 통해 르네상스 이후 유럽 미술의 상투성과 정형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타르나 모래, 유리 같은 정크(폐물)의 집적으로 화면에 중후한 질감을 부여한 그의 '귀부인의 신체' 연작, '흙과 땅바닥' 연작 같은 작품들은 낙서나 어린이 그림을 연상시킨다. 뒤뷔페의 화면에서 드러나는 질감의 물질성은 구상적이라고도, 딱히 추상적이라고도 부르기 어려웠다.
여기에 앵포르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미술평론가 미셸 타피에다. 타피에는 뒤뷔페를 비롯해 장 포트리에, 조르주 마티외 같은 화가들의 작품이 석회를 처바르거나 그림물감을 뚝뚝 떨어뜨리는 등의 기법으로 정형을 부정하고 공간이나 마티에르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조형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를 앵포르멜이라 불렀다. 예술사의 맥락에서 앵포르멜은 독일 표현주의나 다다이즘 계보의 표현주의적 추상예술이라 할 수 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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