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친일과 유신 등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 진상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문사위 활동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강퍅한 이념과 정체성 논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과거사 규명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의문사위 활동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던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대통령이 과거사 규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곧장 시비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야당의 비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 논란을 확대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야당의 정체성 시비를 빗나간 이념 공세로 볼 여지는 많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갈등 해소를 꾀하기보다 정면 대결을 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두운 과거청산과 국민통합을 위한 역사정리 노력이 본질을 벗어나 소모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의문사위가 비전향 장기수의 죽음을 민주화운동관련 의문사로 인정한 것을 체제이념에 반하는 망발로 무턱대고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인권적 전향강요에 맞선 것이 결과적으로 인권신장에 기여했다는 결정이 체제부정과 간첩행위까지 정당화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화운동 공인은 국민 정서와 어긋나기에, 혼선을 해소할 방안을 사회가 고민할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런 과제를 외면한 정체성 시비는 옳지 않다. 그러나 의문사위 활동을 비롯한 과거사 규명에 따르는 논란을 송두리째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것도 잘못이다. 이기적 목적과 논리에 집착하면서, 정체성 확립과 국민통합을 내세우는 위선적 행태야말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이성적 논란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모색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국회의 진지한 논의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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