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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민주당 전당대회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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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민주당 전당대회 폐막

입력
2004.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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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상원의원이 29일 환호 속에서 민주당의 공식 후보로 확정됐지만, 백악관으로 가는 그의 여정에는 험난한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케리 의원은 역사상 보기 드문 민주당원의 단결 분위기, 풍부한 선거자금,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적인 여론 속에서 후보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전당 대회장의 문을 나선 이후에도 그가 예비후보로 누렸던 좋은 시절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케리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미 국민들에게 전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더 강하고 존경 받는 미국'을 이끌 안보 대통령으로서의 자신감이었다. 민주당은 케리 후보가 베트남전 참전 용사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 전시(戰時)하의 미국을 이끌 강력한 지도상을 심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박빙의 접전 구도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의 반격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방 전당대회 기간 중 선거운동을 자제하는 전통에 따라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쉬고 있던 부시 대통령은 30일부터 한달간 접전지를 도는 유세에 돌입, 민주당 전당대회 효과를 즉각 상쇄시키려고 하고 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이날 보스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케리 후보의 '상원에서의 오락가락한 표결'을 걸고 넘어졌다. 케리 후보를 결단력 부족한 인물로 분칠하기 위한 공화당의 총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케리 후보를 극단적 진보주의로 몰아가려는 공화당의 논리도 방어가 필요한 대목이다. 1988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는 전당대회 이후 15% 이상의 차로 조지 부시 후보를 따돌리고도 '진보주의' 논쟁에 말려 거의 모든 주에서 패배한 바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이 이날 "케리는 미 상원 진보 표결 1위"라고 치고 나선 것도 중도 성향 표를 케리 후보로부터 이탈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선거 자금도 케리 후보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선거자금원으로 국고지원을 결정한 케리 후보는 후보 수락과 함께 국고에서 지원 받는 7,500만 달러의 한도 내에서 선거자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최소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말까지는 선거자금 모금을 계속할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로 인해 양측간에 최소한 4,000만 달러에 이르는 자금의 불균형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선거자금의 부족은 접전지에서의 선거 광고 열세로 이어져 케리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스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 전당대회 이모저모

비전과 비판이 공존한 후보 수락 연설이었다. 29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수락한 존 케리 의원은 때로는 단호하게 미국을 이끌 강력한 대통령을 얘기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전당대회의 마지막날을 장식했다.

"임무를 명 받았습니다." 힘찬 거수 경례와 함께 케리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보스턴의 플릿센터 대회장은 민주당원들의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나는 젊었을 때 이 나라를 지켰고 이제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지킬 것입니다." 케리 후보는 50여분 동안 진행된 후보 수락 연설에서 무려 17차례나 '힘'이란 단어를 반복했다. 미국의 안전을 지키고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는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의 힘을 "필요할 때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공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힘의 절제를 빠뜨리지 않았다. 케리 후보는 "힘은 거친 말투에 있는 것이 아니며 세계가 우리를 존경하도록 해야지 두려워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를 비판했다.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정책도 도마에 올렸다. 케리 후보는 "대통령으로서는 나는 엄밀하게 질문하고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정보 기관을 즉각 개혁함으로써 정책이 사실에 근거하고 사실이 정치로 인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의 회복"은 그가 외친 또 하나의 테마였다. 케리 의원은 "대통령으로서 나는 백악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환경 오염론자들과 비밀회의를 하는 부통령은 없을 것"이라며 대기업 유착의혹을 받는 딕 체니 부통령을 겨냥했다.

경제 문제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지금이 미국 경제의 최고 호황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비관주의자라고 매도한다. 하지만 미국이 더 좋아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비관적인 것은 없다."

그가 중산층과 소외계층을 향해 "미국은 더 잘 할 수 있다"며 "도움의 손길이 다가오고 있다"고 외치자 민주당원들은 "케리, 케리"를 연호했다. 그가 "지금은 다음의 수평선을 바라 볼 때다. 미국인이여 희망이 여기 있다. 최상의 날이 다가온다"며 연설을 끝내고 연단을 돌자 공중에서 오색 풍선이 떨어지면서 전당대회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보스턴=김승일특파원

■"케리 내각" 누가 거론되나

민주당 케리호(號)에 승선할 인물들은 누구일까. 미 민주당 대선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이 대선 승리 시 구성할 내각을 놓고 미 언론과 정치권은 벌써부터 무성한 하마평을 내놓고 있다.

USA투데이와 폭스뉴스 인터넷판 등은 30일 케리 후보가 조각(組閣) 구상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보스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 핵심부에서는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인물평까지 곁들여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각 인선에 대한 민주당내 공감대는 리더십과 다양성이다. 일방주의 외교, 힘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부시 정부와는 차별성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국무장관의 경우 동맹 강화와 국제적 협력체제 복원의 차원에서 백인-히스패닉 혼혈인 빌 리처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가 거론되며 클린턴 정부 시절 국제적으로 널리 인맥을 구축한 앨 고어 전 부통령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국방장관으로는 나토군사령관을 역임한 웨슬리 클라크와 베트남전 참전 등 군 경력이 눈부신 맥스 클리랜드 전 상원의원이 '0순위'로 꼽히고 있다. 노동부 장관으로는 케리 후보와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접전을 벌인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보건·교육장관의 자리에는 밥 메넨데즈 뉴저지주 하원의원과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아주 높다. 도밍가 로페즈(오레곤주) 대의원은 "힐러리는 판단력이 있고 정보와 순발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부서를 창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니얼 트로이(오하이오주) 대의원은 "평화부가 창설돼야 하며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내각의 다양성은 민주당내 공감대가 형성된 테마다. 스티븐 리체 대의원은 "미국인의 다수가 유색인종인 만큼 내각 역시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돼야 세계로부터 존경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미 인디언부족인 나바호족 출신의 대의원 로즈마리 깁슨은 "내무장관은 아메리카 원주민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원주민 자치권을 지지해온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를 추천했다. 이들 하마평은 그야말로 여론에 불과하지만 바닥 민심을 읽는 척도란 점에서 케리 후보도 귀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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