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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vs 국가정체성" 공방전 가열/노무현대통령-박근혜대표 충돌 정국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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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vs 국가정체성" 공방전 가열/노무현대통령-박근혜대표 충돌 정국경색

입력
2004.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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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정국이 급랭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의 '국가 정체성' 공방이 30일 노무현 대통령의 의문사위 옹호 발언으로 그야말로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이 전날 "유신이냐, 미래냐"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과거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겨냥한 데 이어 이날도 "지금은 유신이나 5공과 다르다"며 잇따라 이 문제를 건드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정면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대통령이 직접 야당 대표를 공격한 것은 전례가 극히 드문 일이다.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의 관련 상임위 소집은 물론 국정조사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열린우리당도 계속 박 대표에게 공세를 집중할 태세다.

의문사위에 대한 이날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한나라당에게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 "의문사위가 간첩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해 국가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을 한 마디로 묵살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박 대표 공격도 한나라당의 약을 바짝 올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총선이나 대선 국면도 아닌 상황에서 이처럼 전면에 나선 정확한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박 대표의 국가정체성 문제제기에 유신독재를 오버랩 시킴으로써 박 대표를 수구 정치인으로 몰아세우고, 이를 통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분석이 가능하다.

한나라당도 여기서 돌아 설 수 없는 처지다. 국가의 근본인 정체성에 대한 야당의 당연한 문제제기를 여권이 정치공세와 색깔론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이 유신 운운하며 박 대표를 공개 상처 내려 한 것은 야당 대표를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고위 당직자는 "우리가 물러설 명분을 줘야 하는데 의문사위 문제만 하더라도 대통령이 완전히 반대방향의 입장을 밝히며 싸움을 걸어 왔다"며 "노 대통령이 아직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특유의 독선과 오기를 버리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여야의 이번 싸움이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 언론개혁, 신행정수도 건설 등 앞으로 여야가 날카롭게 맞설 굵직한 난제들은 수두룩하다. 여야가 극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올 정기국회 때까지 정국파행이 이어 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 한, 정부 경제정책 맹공

"노무현 정권의 경제 성적은 F 학점."

한나라당이 30일 정부·여당의 실정을 시리즈로 비난하는 '실정 폭로 릴레이'를 시작했다. 그때그때 현안에 대해 비난 논평을 내놓는 방식에서 탈피, 구체적 자료와 증거를 동원해 정부 실책을 꼼작 못하게 꼬집겠다는 의도다.

제 1탄은 경제 분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윤건영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정권이 요행을 바라는 식으로 경제 위기를 분석하고 '좋아질 테니 무조건 기다리라'는 말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낙관론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윤 의원은 민간소비·설비투자 증가율과 실업률 추이 등 자료를 제시하면서 "분배를 잘 해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여당의 이론은 터무니 없는 발상"이라며 "성장을 희생하면서 이뤄지는 갈라먹기식 분배는 순간적 만족을 줄 지는 몰라도 저축·투자·노동 의욕을 꺾어 오히려 서민들의 경제지위를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론 경제를 잡아 먹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위를 잡아 먹으면 다시는 황금알을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현 정권의 경제정책 중 노동정책에 최하 점수를 준 뒤 "노사 사이에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정치이념에 휘둘려 노동자 편을 들면서 고임금 노사갈등과 반(反) 기업정서, 이로 인한 투자·소비 위축 등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 가면 회복하기 어려운 장기불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핵심"이라고 경고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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