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 직원들의 비리가 무더기로 드러난 정보화촉진기금 감사결과가 감사원에서 발표되던 29일 오전. 같은 시각 정통부에서는 문제가 된 기금운영 개선안이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정통부에 쏟아질 비난의 여론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기민한 대응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달라지고 개선이 될까.정통부의 정보화촉진기금 운영 개선안 발표는 1999년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올 때마다 정통부는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고, 돌아서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잊고 말았다.
정보화촉진기금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감사원은 이 기금을 정부 예산에 통합할 것을 권고했다. 당연히 정통부의 반발이 이어졌다. 정통부는 "기금이 예산에 편입되면 중장기 사업의 영속성이 저해되고 전문성이 결여된다"며 강력 반대해 관철시켰다. 기금을 예산에 통합하게 되면 매년 예산을 새로 배정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몇 년씩 걸리는 중장기 프로젝트 추진이 어려워지고, 이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가 승패를 가르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논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그럴 듯한 논리 뒤에는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에 대한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부처 이기주의가 숨어있다는 것이 정통부 주변의 지적이다.
설사 정통부 논리가 타당하다 쳐도 기금 운용 비리에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정통부 간부들이 연루됐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IT 강국 실현과 디지털 경제를 선도한다고 자부한다면 정통부는 모든 권한과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실천 가능한 혁신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발표된 뒤 곧 무용지물이 돼버리는 그런 대책 말고 말이다.
/이민주 산업부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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