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코스닥기업 대주주가 회사돈 53억원을 빼내 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매수자에게 제공한 뒤 자신의 지분 매각대금으로 받아 챙겨 결국 회사를 껍데기만 남은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킨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매수자는 돈 한푼 안들이고 회사를 인수한 뒤 추가로 35억원의 회사돈을 빼내 이 대주주에게 인수잔금으로 지급했으며 추후 제3자에게 이 회사를 팔아 넘겨 수십억원을 챙겼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는 30일 회사돈을 횡령해 자신의 지분 매매 자금으로 착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코스닥 등록업체인 (주)사이어스 전 대표 이모(50)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이씨에게서 지분을 사들이고 추가로 회사돈을 빼내 쓴 매수자 L(36)씨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회사돈 횡령 수법을 알려주거나 돈세탁을 해주고 수억원씩의 알선료를 받은 공인회계사 1명을 구속기소하고, 또 다른 공인회계사 1명과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사이어스 대표로 있던 2002년 2월 L씨가 "주식 90만주를 1만원씩, 총 9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파격적인 제의를 해오자 M&A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사이어스 주식은 주당 4,000원에 불과했고 이씨의 주식은 그나마 보호예수기간에 묶여 있어 마음대로 처분하기 힘든 때였다. L씨는 그러나 계약금 5억원만 지급하고는 중도금 50억원이 부족하다고 버텼고, 이씨는 회사명의로 53억원의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해 L씨에게 건넸다. CD를 받은 L씨는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현금 50억원을 이씨에게 중도금 명목으로 건네고 CD는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다.
돈 한푼 안들이고 회사를 인수한 L씨는 회사돈 35억원을 추가로 빼내 인수잔금으로 이씨에게 건넸으며 지난해 말에는 수십억원을 받고 회사를 헐값에 제3자에게 팔아 넘겼다. 이 과정에서 2002년 매출 240억원, 순이익 14억원이었던 사이어스는 지난해 매출액 120억원, 순손실이 150억원의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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