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가 나가도 한참 잘못 나갔다. 국정홍보처는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국가정책을 내외에 홍보하는, 말하자면 국가 PR기관이다. 이런 곳에서 스스로 국가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일을 저질렀다.도대체 '서울은 북경,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 '세계 30대 도시 중 서울의 삶의 질은 최하위'란 문구를 어떻게 명색이 국가 PR기관이라는 곳에서 내놓고 대대적으로 광고할 수 있는가. 그림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한국을 향해 앞서 두 경쟁 도시의 주민들이 조소를 보내는 모습까지 그려 넣었다. 외국에서 혹 이런 식의 지적이 나왔을 때 이를 반박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게 도리어 국정홍보처가 할 일이다.
서울은 한국의 대표 브랜드이자, 서울의 경쟁력이 곧 나라의 경쟁력임을 국정홍보처는 부인하고 싶은 것인가. 가뜩이나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침체 속에서 국가 경쟁력이 날로 추락하고 있는 판국이다. 당장 정권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경제와 직결된 국가경쟁력 저하를 도외시한 것은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둔한 짓이다.
물론 지방자치제 하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해가 갈릴 수는 있다. 그걸 조정하기 위해 공청회, 정책토론회가 있으며 국회 등에서의 공적인 논의절차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특히나 수도 이전 같은 국가대사는 합리적이고 냉정한 분석에 의해 효과와 손실계산을 따져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도 이를 대중 광고로, 그것도 이해 당사자인 서울시 지하철 안에 게시했다는 것은 매사를 포퓰리즘에 의존, 정면 대결로 돌파하겠다는 정서의 연장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고구려사 왜곡을 포함해 국정홍보처가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할 현안들은 산적해 있다. 국정홍보처의 마인드가 국가홍보가 아니라 정권 홍보에 치우쳐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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