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어학계의 거목이며 이두 연구의 권위자인 류렬(柳烈) 김일성대 명예교수가 지난 4월 타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6세. 류 교수는 올해 1월 별세한 허웅 전 한글학회장과 동갑이며, 2000년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서울서 허 회장을 만나 화제가 됐다.한글학회는 최근 중국 옌볜(延邊)대 이득춘 교수를 통해 류렬 선생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30일 밝혔다. 학회 관계자는 "이 교수는 학술회의에서 만난 북한 학자들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류 교수는 진주고보를 졸업한 뒤 한글학회 전신인 조선어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우리말 큰사전' 편찬에 참여했다. 광복 직후 부산에 한글강습소를 열고 '풀이한 훈민정음' '알기 쉬운 한글 강좌' 등 교재를 내 우리말 보급에 힘썼으며 1947년 서울로 옮겨와 홍익대 교수를 지냈다. 한국전쟁 중 월북해 북한에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연구원, 김일성대 교수로 있으면서 고대 국어 연구와 사전 편찬을 주도했다.
저술 중 1983년 출간된 '세나라 시기의 리두에 관한 연구'는 삼국시대 한자로 표기된 인명과 지명, 관직명을 이두로 풀이한 고대 국어연구의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조선말대사전' 등 사전 편찬에 참여했으며 '조선어의 역사'를 출간했다. 지난해 박이정출판사에서는 북한에서 출판되지 않고 원고상태로 있던 그의 '향가연구'를 책으로 펴냈다. 유족으로 딸 인자(63)씨 등이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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