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2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장중 한때 배럴당 43.05달러까지 치솟은 후 전날 대비 1.06센트(2.5%) 상승한 42.90달러에 마감됐다.장중가와 종가 모두 뉴욕상업거래소가 거래를 개시한 1983년 이래 최고치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99센트가 오른 39.53달러에 거래돼 걸프전을 앞둔 1990년 9월의 폭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WTI 선물가격은 지난달 1일 배럴당 42.33달러로 뛰어 올랐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결정 이후 안정 추세였다. 유가 재급등은 러시아 석유재벌 유코스 사태로 인한 불안요인 때문으로 해석된다. 28일 러시아 법원은 세금 탈루 혐의로 파산위기에 놓인 유코스의 3개 자회사에 대해 석유 판매 활동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즉각 이들 자회사는 자산동결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원유 생산과 판매를 계속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은 가라않지 않았다. 하루 생산량 170만 배럴로, 세계 2대 산유국인 러시아 석유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유코스의 생산 중단은 투기요인으로 작용해 유가 급등을 초래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유코스 사태로 서방석유 업체들이 러시아 석유산업 투자를 축소, 유가불안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도 이미 한계치에 근접한 하루 3,0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터라 공급을 늘릴 여력이 없다.
석유시장 분석업체 인피니트 브로커리지 서비스의 존 퍼슨 수석분석가는 "배럴당 45달러가 다음 저항선이 될 것"이라며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형국이라 시장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 하락한다. 국내업체의 피해도 크다. 항공업계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500만 달러, 아시아나는 1,3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유가상승은 수요급증과 유코스 사태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1ㆍ4분기에 전세계적으로 30만 배럴의 공급 잉여가 발생하는 등 공급에 큰 문제는 없는 터라 불안심리만 해소되면 유가는 안정되리라는 지적이다.
'에너지 시큐리티 어낼리시스'의 새러 에머슨 사장은 "유코스 사태는 과장됐다"면서 "러시아는 석유 생산량이 워낙 풍부해 러시아 내 다른 업체들이 생산을 늘린다면 수출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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