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할까 봐 구속한다?'비리가 드러난 유명 인사들이 불구속 조사 중 잇따라 자살하자 법원이 피의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구속 사유의 하나로 인정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문광섭 판사는 28일 김진 주택공사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뒤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인 피의자가 비리에 연루돼 명예손상에 따른 극도의 심리적 불안감을 겪고 있어 구금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물론 김 사장의 혐의가 중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인정됐다.
문 판사는 개인적 판단을 전제로 "풀어줬을 경우 불행한 사태가 올 가능성도 있겠구나 싶었다"며 그 근거로 "김 사장이 영장실질심사조차 신청하지 않았고, 수사 기록상 스스로 돈 받은 사실을 모두 시인하면서 굉장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근 지도층 인사들의 잇단 자살이 구속결정에 영향을 주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1년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박태영 전남지사, 이준원 파주시장 등이 잇따라 투신자살했고, 안상영 부산시장은 옥중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압수사, 가혹행위 의심을 받아온 검찰은 이번에 김 사장이 조사과정에서 극도로 허탈해 하자 아연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관계자는 "유명 인사가 피의자로 중수부에 오면 위축되는 게 당연하다"면서 "더구나 김 사장은 집안내력도 있고 해서인지 불안감이 특히 심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검찰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범죄혐의 이외의 개인치부까지 드러나면서 무력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사장이 명예실추로 막다른 길을 택하는 충동을 느낄 수 있다고 보고 조사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비공개 자진출석, 혐의사실 비공개 등의 배려도 했다.
주변 인사들은 "최근 영전설까지 나돌다가 비위가 드러나 자포자기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사장은 집무실에 '백범일지'를 비치하는 것은 물론,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 '良心建國(양심건국)'액자를 걸어두고 지낼 만큼 조부를 자랑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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