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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뭔가 하고 싶어서 못견딜 때가 있어…어른들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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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뭔가 하고 싶어서 못견딜 때가 있어…어른들도 그럴까

입력
200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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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고아/ 모리 에토 지음·고향옥 옮김. 생각과 느낌

나는 요코, 중학교 2학년이야. 내가 어떤 애냐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나는 나를 지킬 수는 있어. 애들한테 따돌림을 당하거나 어느 집단에 속하고 싶어 전전긍긍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야.

나는 내가 원하는 아이들을 선택해. 그 방법은 간단해. “싸움에선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라는 태도를 온몸으로 표현하면 되니까.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 두셨어. 그냥 학교 가기가 싫더라. 다행히 부모님은 무조건 몰아내지는 않았지. 부모님은 정공법을 쓰지 않아. 엄마의 친구 사오루 아줌마를 내세우시지.

그날도 아줌마 집에 가서 설교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캄캄한 밤 하늘을 배경으로 지붕 꼭대기에 있는 고양이가 보인 거야. 그때 나와 동생 린은 마음이 통했지. 그래서 올라갔어. 그게 다야.

지붕에 올라가서 보는 하늘이 뭐가 다르냐고? 혹시 산속이나 강가에서 밤하늘을 본 적 있어? 온 우주에 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 같고 적막한 하늘과 달과 별과 조각구름이 가까이 느껴지지. 그 순간만은 온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거든. 나는 ‘지붕 오르기’에 다른 애들을 끌어들이지 않았어.

그런데 린은 누구와도 잘 지내는 아이거든. 아야코가 함께 하게 됐지. 아야코는 꽤 야무진 아이였어. 그리고 키오스크. 그 애는 한마디로 우리 반의 공식 하인이야. 애들이 시키는 일을 거부하지 못하니까. 키오스크는 손도 뻗지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어. 겁쟁이.

키오스크가 그 다음 날부터 결석하기 시작했어. 한 달도 넘게. 그런데 어느 날 걔가 자살하려다 실패했다지 뭐야.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대. 순간 난 알았지. 그 애는 지붕으로 올라가다 떨어진 거야. 생각해보니 내가 무단결석할 때, 우리 반 애들이 편지를 보내주고 노트정리도 해주는 것이 싫지 않았어.

그래서 키오스크를 찾아갔지. 이제 지붕에 올라가는 걸 그만 두기로 결정했어. 선생님께 키오스크에 대한 사실을 알리려면 그럴 수밖에 없잖아.

우리 넷은 마지막으로 지붕에 올라갔어. 바람이 씽씽 부는 겨울밤에 담요를 뒤집어쓴 채 오래 이야기했지. 우리는 모두 각자 태어나서 각자 죽어가는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사라져버린다고. 난 혼자서도 빛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 애들과 손을 잡으니까 참 따뜻하더라.

그런데 이제는 심심하지 않겠냐고? 가끔 난 온몸의 피가 부글부글 거품을 내뿜듯 뜨거운 것이 북받쳐 올라와 억누를 수 없을 때가 있어. 그때마다 나는 무엇인가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 새로운 놀이를 찾아보지 뭐. 그런데 어른들은 그런 순간이 없는 걸까?

강은슬/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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