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표 선수들만 비지땀을 흘리는 게 아니다. 관심의 눈길도, 금메달의 목표도 없지만 선배 후배 동료의 영광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는 파트너들이 적지 않다.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유도 73㎏급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곁에는 대학(용인대) 3년 후배인 윤지섭(20)이 있다. 지난달 태릉선수촌에 입촌, 이원희와 똑같은 스케줄로 고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윤지섭은 한 순간도 게으름을 피울 틈이 없다. 훈련 도우미로 차별대우를 받다보면 서러운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파트너가 아닌 대표 1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원희형과 함께 운동하고 생활하다 보면 배울 점이 많아 개인적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저도 반드시 원희형 자리에 서 있을 것입니다”며 도복을 고쳐 입는다.
평가전에서 후배 황경선에게 아테네행 티켓을 내준 태권도 67㎏급 김연지(23)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왜 맞수의 실력을 키워주고 있는지 회의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때의 적과 몸을 부대끼며 땀을 흘린 결과 가족 같은 진한 애정이 싹텄다. 이제는 후배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와 자신이 주는 꽃다발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렁찬 기합을 넣고 있다.
친형(레슬링 66㎏의 김인섭)의 훈련 파트너로 뛰고 있는 동생 정섭(84kg급)은 좀 다른 케이스. 형제가 97년부터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는 형만 출전하게 됐다. 동생은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그는 체중을 6kg이나 늘린 형을 위해 중량급인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느라 바쁘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형이 금메달을 꼭 따올 수 있도록 사정없이 메친다. 그런 동생의 마음을 형도 알고 있는지 조금도 한눈 팔지 않고 열심이다. 훈련 파트너 역할이지만 전혀 힘든 줄 모른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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