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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올림픽정신 잊지말길

입력
200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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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이 시작된다. 올림픽에서 입상은 선수에게는 부와 영광을 가져다 주고 국가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각국 선수들은 4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얻으려고 한다. 경기력 향상은 타고난 재질과 꾸준한 연습과 체력 관리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기고자 하는 욕망에 가끔씩은 약물의 힘을 빌려 체력을 보강하거나 체중을 조절하는 비신사적 방법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여야 하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으로 선수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경기력 향상을 위하여 약물을 복용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도핑(doping)이라 하는데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약물 검사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덴마크 사이클 선수인 커트 젠슨이 흥분제인 암페타민을 복용하고 출전하였다가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부터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흥분제와 마약류 등 십수 종의 약물만 검사하였으나 점차 금지약물이 확대되어 현재는 스테로이드류를 비롯한 150여 종 이상의 약물 복용 여부를 소변으로 검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력 향상을 위하여 자가 혈액 수혈이나 유전자 재조합으로 생산되는 적혈구 조인자 주사를 맞기도 하며, 근육 강화를 목적으로 성장호르몬이라는 단백질을 사용하기도 한다. 원천적으로 도핑검사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특정 유전자를 체내에 주입하려는 조짐도 있다.

이와 같이 도핑검사를 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의학·약물학적 수단과 방법을 추구하는 선수들에 대항하여 검사기관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분석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양자 간에 쫓고 쫓기는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도핑검사는 원래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관장하였으나 2004년부터는 국제반(反)도핑기구(WADA)에서 주관하면서 더욱 강화된 프로그램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회 출전 기간이 아닌 평상시에도 불시에 검사를 하여 금지약물을 소지하고 있기만 하여도 일시 자격정지 등 제재를 엄격히 하고 있다. 몇 달 전 국제축구연맹(FIFA)이 금지약물 복용시 제재에 관한 조항을 담은 WADA의 반도핑규약에 반대하여 아테네 올림픽에서 축구가 제외될지도 모를 위기를 맞았으나 결국 WADA와 합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약물 복용에 관한 한 전 세계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도핑테스트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공인한 실험실에서만 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29개 국가에 31개의 실험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86년 도핑콘트롤센터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남자 육상 100m 우승자인 벤 존슨이 복용한 스테로이드계 약물 스타노졸론을 적발한 것을 계기로 도핑검사가 널리 알려졌다.

올해에도 켈리 화이트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 육상선수 여럿이 테트라하이드로게스트리논(THG)이라는 신종 근육강화약물 복용으로 아테네 올림픽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었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어떠한 약물을 복용할지라도 약물 분석기술의 발달로 적발될 확률은 100%에 가깝다. 선수들은 약물에 의존하여 경기력을 높이려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꾸준한 연습과 자기관리를 통하여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할 것이다.

/김동현 KIST도핑콘트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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