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상원의원이 28일 보스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전당대회의 절정은 마지막 날인 29일 밤 케리 의원이 자신의 집권 구상을 밝힐 후보 수락 연설이지만, 하루 전인 이날 대의원들의 호명 투표를 통한 후보 지명 또한 환호와 단합의 열광적인 그림을 연출했다.더욱 극적인 장면은 케리 의원의 보스턴 입항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낮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 도착, 베트남전 참전용사 13명의 영접을 받고 이들과 함께 해상 택시를 타고 보스턴의 이너하버에 상륙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뱃전에 서서 두 팔을 펼친 케리 의원의 모습은 메콩강에서 해군 쾌속정을 타고 적진을 누빈 그의 월남전 활약상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배에서 내리면서 "내가 얼마나 미 국민들과 함께 이 나라를 안전하게 만들고 세계인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하는지 여러분들은 모를 것"이라며 "미국 역사에 새로 위대한 장을 쓰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케리가 보스턴 항구를 누볐다면, 전당대회장은 부통령 후보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51·노스캐롤라이나)의 몫이었다. 그가 연단에 섰을 때 전당대회장은 '희망의 정치'를 기약하는 무대로 변했다. 에드워즈 의원은 "희망이 오고 있다"면서 케리 의원과 자신에게 투표하는 것이 미국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분열에서 화합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연설 내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름을 단 한번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정 변호사로 명성을 날렸던 이 초선 상원의원의 현란한 웅변은 그 어떤 비난보다 더 날카롭게 부시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에드워즈 의원은 "과거의 지치고 낡고 가증스러우며 부정적인 정치를 거부하라"고 부시 정부를 겨냥하고 "희망의 정치와 포옹하자"고 외쳤다.
'하나의 미국'은 섬유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자수성가한 에드워즈 의원이 내건 또 하나의 기치였다. 그가 평생이 보장된 부자와 매일 지불해야 할 청구서를 걱정하는 빈자로 쪼개진 '두개의 미국'을 성토하자 민주당원들은 "희망이 다가오고 있다"는 후렴으로 화답했다.
그는 마치 배심원들에게 의뢰인 주장을 설파하는듯한 어법으로 유권자들에게 케리 의원이 '미국을 안전하게 이끌, 미국을 세계의 존경을 받는 나라로 되돌려 놓을 지도자'임을 역설했다.
결혼 27주년 기념일인 이날 남편을 소개한 부인 엘리자베스는 "나는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하고 격정적이고 달콤한 남자와 결혼했다"며 "우리 는 우리 각자를 신뢰하고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는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에드워즈 의원은 연설 후 부인, 두 딸과 어린 아들과 함께 연단을 돌며 가족애를 과시했다.
/보스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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