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수가 종합 순위를 결정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 유망주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올림픽을 통해 비인기종목이 활짝 핀다고 하지만 그건 메달을 땄을 때 이야기다."올림픽의 가치는 승리에 있는 게 아니라 참가에 있다"는 근대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의 명언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관심 밖에서 흘리는 그들의 구슬땀은 소중하다.
조정은 세계무대에 내놓기 부끄러운 종목이다. 올림픽이든 아시안게임이든 국제대회에 나가면 심판정(심판이 모는 배)에도 뒤쳐지는 맨 꼴찌였다. “무슨 망신이냐”고 하겠지만 아테네올림픽에도 어김없이 함정욱(19ㆍ수자원공사) 이윤희(18ㆍ충주여고) 등 두 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이번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여자축구 라이트윙으로 뛰던 이윤희가 ‘조정 천재소녀’란 별명을 얻으며 깜짝 출연했기 때문이다.
2002년 아픈 아버지 대신 집안을 책임질 양으로 “비행기 조종하는 줄 알고 덜컥 따라 나섰다”가 시작한 조정이지만 2년 만에 국내엔 대적할 선수가 없을 정도의 기량을 쌓았다. “꼴찌만 면하겠다”는 목표도 윤희 때문에 상향 조정됐다. 윤희는 조정 싱글스컬에서 준결승(12강)을 목표로 화천에서 오늘도 노를 젓고 있다.
승마는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감격이 큰 만큼 기대도 크다. 장애물 단체전에 출전하는 우정호 손봉각 주정현 황순원 등 네 명의 선수들은 일찌감치 독일로 날아가 독일 대표팀 감독 출신 폴 쇼케몰 코치에게 사사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2관왕에 빛나는 한국 승마의 간판 최명진 감독은 “올림픽 최고 성적인 16위를 넘어 깜짝 메달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한국팀은 유럽의 강호를 차례로 누르고 우승해 세계 승마계를 놀라게 했다.
사이클은 시드니올림픽 때 조호성이 포인트레이스에서 4위에 그쳐 아깝게 메달을 놓친 종목이다. 이번 목표는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따는 것. 부산아시안게임 2관왕 김용미(28)는 애틀랜타올림픽(96) 레이스 도중 넘어져 경기를 포기했던 한을 이번에 씻겠다는 각오다.
‘한국 사이클의 기대주’로 각광받는 양희천(22)은 자비까지 털어 세계사이클연맹이 스위스에서 개최하는 ‘올림픽 프로그램’에 참가해 하루 8시간의 지옥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월드컵 경륜 성적은 11위, 아직 메달은 멀지만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요트는 베테랑들이 나선다. 네 번 출전하는 정성안(남자 470)을 비롯해 옥덕필(남자 미스트랄)과 김호곤(레이저)은 세 번째 출전이다. 그렇다고 메달을 바라는 건 아니다.
태극기가 달린 돛을 달고 세계 절정의 고수들과 실력을 겨루는 게 즐거움.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러시아에서 블라드미르를 코치로 영입해와 4월부터 강훈을 계속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20위권에 든 요트팀의 목표는 톱10 진입이다.
근대5종 역시 생소하지만 가장 메달권에 근접한 종목이다. 2004세계선수권에서 육군 일등병 이춘헌(24)이 아시아 선수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내 개가를 올렸다. 현재 이춘헌은 동료 한도령과 함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헝가리 국가대표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창던지기와 세단뛰기도 있다. ‘투창 남매’ 박재명(23ㆍ83m99)과 장정연(27ㆍ60m92)은 사이 좋게 나란히 창던지기 남녀 한국기록을 깨며 올림픽 육상 필드 종목 첫 메달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11㎝ 차이로 간신히 올림픽 B기준(16m55)을 넘은 세단뛰기의 박형진도 더 멀리뛰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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