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군의 만화로 세상보기]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군의 만화로 세상보기]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

입력
2004.07.30 00:00
0 0

올 여름은 모처럼 스포츠의 빅 이벤트들이 풍성하다. 한창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기를 더하고 있으며, 4년에 한번 온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하계 올림픽도 곧 개막한다.주요 언론은 아시안컵 한국 대표팀 경기와 아테네 올림픽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전망을 내보내는데 지면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즌중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 프로 스포츠도 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의미로 만나는 여름이지만, 스포츠 마니아에게는 단연 스포츠의 계절이라 할 수 있겠다.

스포츠의 매력은 역시 승부의 순간일 터. 피를 말리는 접전이 마무리되는 순간, 승자의 탄성도 패자의 탄식도 고스란히 우리네 인생이 맞이해야 할 솔직한 삶의 얼굴이 돼 짜릿한 희열을 맛보게 한다.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 부르는 스포츠의 감동은 오래 전부터 만화의 감성을 자극해왔다. 일본만화는 ‘내일의 조’부터 ‘슬램덩크’까지 스포츠만화의 큰 흐름을 이어왔고, 우리만화도 ‘공포의 외인구단’ ‘변칙복서’ ‘슈팅’ 등의 명작만화들이 탄탄한 장르적 토대를 유지해왔다.

스포츠의 여러 요소 가운데 스피드만큼 사람을 사로잡는 요소도 드문 듯하다.

특히 사이클 종목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젊은 만화가들을 매료시키는 극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장 한국적인 만화를 그리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는 대한이라는 소년이 속 꽉 찬 사이클 선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써 1960, 70년대 험한 시절을 견디며 살아온 우리 선배세대의 애환과 성취를 그린 만화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 대한이가 밟아대는 자전거 페달에서는, 배고픈 설움이 보이고 도시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촌 동네 청년들이 보이고, 그들 나름의 애틋한 연정이 보인다.

모든 것이 혼돈스러운 시절을 살아야 했던 청년들에게 자전거는 그들의 이상이자, 이상을 향해 돌진해 가는 유일한 무기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이는, 곁에서 슬쩍 밀거나 뒤에서 치는 등의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은 일본선수들의 견제에 넘어졌다가도 번쩍 일어나 쏜살같이 뒤를 쫓아 늘 역전승을 거두던 일제시절 자전거 영웅 엄복동에게서 그 이미지를 빌린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이 만화는, 스포츠의 참된 정신이란 경쟁보다 경쟁에 담긴 가치의 추구라고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우승에만 또는 금메달에만 관심과 박수가 모아지는 씁쓸한 모습이 이 여름에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땡볕을 달리는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만화의 정신이다.

박군/만화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