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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숫자의 비밀/오토 베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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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숫자의 비밀/오토 베츠 지음

입력
200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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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비밀 / 오토 베츠 지음배진아 김혜진 옮김 / 다시 발행ㆍ1만2,000원

8ㆍ15, 6ㆍ25, 5ㆍ16, 10ㆍ26, 12ㆍ12, 5ㆍ18, 6ㆍ29…. 이렇게 나열된 숫자만 보아도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장면들이 우리 머리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나간다. ‘지금_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숫자들은 단순한 기호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생생한 역사의 한 순간이고,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삶의 기록이고, 또 살아가야 할 시간을 위한 번지수가 된다. 여기엔 희망과 슬픔, 쿠데타와 학살, 독재와 민주, 그리고 가려진 음모까지 함께 숨쉬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 낙인처럼 찍혀진 숫자들은 우리의 삶의 방향과 욕망을 정의하고 대변하면서 이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마치 운명처럼?

하지만, 아니다! 숫자는 현실과는 또 다른 신화적 삶과 상징을 꿈꾸게 한다. 숫자와 함께 꿈을 꾸다 보면, 추상적인 역사의 거대담론에 눌려 기형적으로 뭉개진 일상의 모습 사이로 언뜻 언뜻 비춰지는 삶의 신비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만 숫자가 품고 있는 상징의 비밀들은 유전자와 같은 태생적인 운명의 바코드로는 인식할 수 없으며, 강박증에 가까운 진실의 조명 밑에 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절대적인 논리와 합리적인 이성이 가득 차 있는 현대의 공간은 있음과 없음으로, 옳음과 틀림으로, 보수와 진보로, 어둠과 빛 등등으로 이분되어 존재의 다양한 의미와 그것의 신비로운 발현을 억압한다. 0과 1이라는 숫자를 볼모로 신세계를 창조하는 컴퓨터의 이진법적 존재방식 속에 우리의 정신은 왜소해지고 무서운 속도로 분열되어 간다.

오토 베츠의 ‘숫자의 비밀’은 숫자의 실용적인 측면보다도 숫자의 상징적인 의미, 숫자에 비밀스럽게 담겨있는 신비주의를 다룬다.

그렇기에 이 책은 가상의 매트릭스에서 뿌리 잃고 헤매고 있는 존재들에게 옳은 방향을 찾게 하는 마법의 지도와도 같다. 그 지도의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걷다보면 이미 지워져 버린 원형적인 삶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고,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사그라진 그 날의 꿈들도 만날 수 있게 된다.

상징으로서 숫자는 우주의 신비와 초자연적인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가 된다. 운으로서가 아닌 강한 신념만이 그 열쇠를 받아 쥘 수 있겠지만, 그러나 조심하라! 인생을 바꾸는 로또의 숫자처럼 이 책은 당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테니.

/김요안 문학세계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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