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은 국내에선 지갑을 굳게 닫은 채, 해외에서만 아낌없이 돈을 쓴다. 기업들도 국내투자는 인색하지만, 해외투자 만큼은 폭발적으로 늘린다. 소비·투자의 '국내외 양극화'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 회복은 점점 더 버거워지는 모습이다.29일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통계청에 따르면 6월중 외국여행과 유학·연수로 빠져나간 돈은 10억4,7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전달보다 27%나 늘어났다. 이중 해외여행비는 8억4,800만달러, 유학 및 연수비 지출은 1억9,900만달러에 달했다. 상반기 전체 여행·유학·연수지출은 54억달러(6조2,000억원)가 넘는다.
반면 국내 소비지표인 6월중 도·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6%(전년동기대비 1.6%) 증가에 그쳤다.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오히려 2% 줄었으며, 그나마 에어컨 음료 등 계절적 상품을 빼면 내수출하 감소폭은 더 커진다.
기업투자도 국내외 괴리는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총 35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나 급증했다. 2001년 상반기이후 최대규모다.
이 같은 기업투자의 해외진출 러시와는 대조적으로 국내투자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투자 부진의 여파로 기계장치 등 국내 기업들의 고정 자산은 과거 4년간 무려 48조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내외 소비·투자의 양극화가 지속될 경우, 국부유출과 함께 심각한 경제공동화가 불가피하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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