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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국가정체성 공방" 득실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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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국가정체성 공방" 득실 셈법

입력
200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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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손해본 것 없다"열린우리당은 최근 달아오른 야당과의 '국가 정체성 공방'에 대해 "손해를 본 게임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민생을 외면한 이전투구"라는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이 입은 상처가 더 크다는 계산이다. '선제공격'을 가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부메랑이 됐다는 주장이다.

임종석·송영길 의원 등은 29일 "미래형 지도자로 기대를 받아온 박 대표가 친일문제와 유신독재 등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 것은 과거지향적 정치인이라는 점을 자인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정수 장학회 문제와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인식 등을 통해 박 대표는 '유신의 딸'로 구정치 패러다임에 젖어있는 정치인이라는 한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 조차 이 같은 계산법이야말로 구시대적인 정치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당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야당 대표의 과거문제를 들추는 것은 전 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는 비판도 있다.

유기홍 의원은 "녹음기 틀듯이 반복된 공세로 대통령과 여당이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한 초선 의원은 "여당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정쟁을 증폭시킨 데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한나라/"시의적절 공세"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국가정체성 위기론이 여권의 실정의 핵심을 찌른 적절한 공세였다고 자평했다.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29일 "노무현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 제기한 것은 적절했다"며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을 박 대표가 대신해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입장에서도 보수층을 묶고 노무현 대통령에 맞선 강한 야당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한편 반신반의하는 당내 보수파의 목소리까지 잠재우는 일석삼조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정체성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박 대표 개인에 대한 흠집내기에 치중한 것도 "정체성 문제만큼은 여권이 궁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잃은 것도 많다고 본다. 정체성 위기론을 꺼낸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이를 받쳐줄 각론준비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여권의 역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표가 유신체제에 대한 여권의 사과요구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시일이 경과하면서 오히려 여권의 역공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다. 한 3선의원은 "구체적 내용 없이 추상적인 정체성 위기론만 반복, 국민에게 이념공방으로 비쳐지면서 여권의 숱한 실정이 가려지는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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