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작가 1문예지 시대’라는 말이 있다. ‘1작가 1출판사 시대’라는 말도 들린다. 출판의 과잉을 비튼 문단 한 켠의 자조(自嘲)다. 이를 실증적으로만 보자면, 볼 것도 없이 과장이지만 감정적으로는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출판사도 많고 문예지도, 솔직히 넘치도록 많다. 한국 현대문학사 첫머리가 최남선 이광수의 ‘2인 문단시대’로 시작하니, ‘1작가 1출판사 시대’의 도래는 실로 100년만의 상전벽해다.
역사철학 논리 중에는 ‘양질 전환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으니 이 변화가 자조만 할 일은 아니다. 출판 엘리트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일이다.
그런데 출판사는 많지만 ‘잘 나가는’ 작가는 한정돼 있다. 작가로서야 같은 값이면 유명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을 밖에. 그러니 중소 출판사들이 작가 한 사람 붙드는 일은 가히 하늘의 별 따기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르다.
해서, 출판사들은 너나 없이 해외로 해외로 눈을 돌린다. 외국문학 전공 교수들부터 번역가, 유학생, 교민에 이르기까지 ‘돈 될 만한’ 작품 발굴에 동원되고 있다.
국내에 해외 도서 출판을 중개해주는 전문 에이전시도 최근 2, 3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정이니 ‘우리 시장은 해외문학의 쓰레기 하치장’이라는 극언까지도 들린다.
그렇다고 이 역시 출판업계의 ‘속 없는 행태’로만 매도할 일도 아니다. 흙 파서 책 내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악(惡)무한의 고리를 끊을 책임은, 결국 글 쓰는 이들의 몫일 수 밖에 없겠다. 정말 덥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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